경찰, 가정폭력 ‘위험 인물’ 알고도… 소재 파악조차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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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12 01:35
입력 2026-10-11 23:06

장모 살해·아내 납치 20대 체포

압수수색 3번 실패에도 출석 기다려
그사이 법원 접근금지 시한도 넘겨
긴급 신고 스마트워치는 꺼져 있어
안일한 수사·피해자 보호체계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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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무효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20대 사회복무요원 A씨가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혼인 무효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20대 사회복무요원 A씨가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혼인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인 아내를 납치하고 장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사회복무요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앞서 이 남성을 가정폭력 혐의로 수사하며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고도 세 차례나 집행에 실패하고, 소재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피의자가 출석 약속까지 어겼지만 자진 출석만 기다리다 참변을 막지 못했다. 피해 여성은 경찰로부터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지만 범행 당시에는 전원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축소·은폐 및 제주 실종사건 허위종결 의혹 등에 더해 경찰의 안일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1일 오후 강원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A(26)씨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50대 장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20대 아내 B씨를 차량에 강제로 태워 강원도로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장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양양군 한 야산에서 발견된 B씨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앞서 B씨에 대한 가정폭력 혐의로 경기 수원권선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8월 A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 아내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A씨와 별거하며 혼인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B씨의 피해 진술을 토대로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A씨에게 주거지 퇴거와 B씨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지난 6일 추가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으나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 범행이 발생했다. B씨는 경찰의 안전조치 대상자로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범행 당시에는 전원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지난달 18일 법원으로부터 A씨에 대한 압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에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달 22일과 28일 근무지, 이달 6일엔 자택에서 총 세 차례 집행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A씨가 현장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수사의 기초인 소재 파악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법원 접근금지 등 시한도 넘겼다.

이후 A씨와 전화 통화가 이뤄지자 10일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영장 집행을 미뤘다. A씨가 10일 당일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추가 조치 없이 출석 일정을 13일로 다시 잡았다. 수원권선서 관계자는 “13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 안전조치 대상자가 살해된 사건은 17건, 살인미수 피해를 본 사건은 13건으로 총 30건이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서는 결별 과정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위험도를 수사기관이 보다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하·손지연 기자
세줄 요약
  • 가정폭력 피의자 소재 파악 없이 수사 지연
  • 압수수색 세 차례 실패 뒤 출석만 대기
  • 접근금지 시한 넘긴 사이 장모 살해·아내 납치
2026-10-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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