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흑백 건반 스포츠 아니다”… 빛과 어둠을 잇는 피아노 여정

최여경 기자
수정 2026-10-14 00:08
입력 2026-10-14 00:08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 내한
베토벤 소나타 사이 현대곡 배치아우어바흐 헌정작 한국서 초연
©Michael Reinicke
“빛을 둘러싼 어둠이 있어 그 빛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됩니다. 침울한 소나타 32번의 1악장과 대비되는 2악장, 아우어바흐 작품의 마지막이 특별한 순간이 되죠.”
독일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아살(29)은 자신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단어로 빛과 어둠을 꺼냈다. 오는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여는 공연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첫 소나타(1번 f단조)와 마지막 소나타(32번 c단조)로 틀을 잡고 레라 아우어바흐(53)의 ‘엠마 하우크의 러브 레터’(한국 초연)와 벨러 버르토크(1881~1945)의 ‘세 개의 벌레스크’·‘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으로 그 사이를 채웠다. 21일 강릉아트센터 공연에는 버르토크 모음곡과 베토벤 32번·1번 뒤에 즉흥연주를 곁들인 클로드 드뷔시(1862~1918) 프렐류드(서곡)가 놓인다.
아살은 서면 인터뷰에서 “다른 어느 곳에서도 연주하지 않는 조합”이라면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이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중심의 초기 버르토크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다채로운 음색으로 어두운 빛을 다루거나 가지고 노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아우어바흐가 그에게 헌정한 신작을 지난 3월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작곡가와 긴밀히 의견을 나누며 다듬었다. “베토벤에게는 왓츠앱 메시지를 보내 악보의 뜻을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우어바흐와는 대화하면서 예술적 판단을 주고받았다. 아우어바흐가 그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며 자신의 음악에 어떤 목소리를 부여하는지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구성은 그에게 연주만큼 중요한 창작이다. 돋보이는 곡을 모으기보다 긴장의 흐름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둬 왔다. 영감은 현대 건축 등 음악 밖에서도 온다. “삶에서 길어 올릴 것이 없다면 음악은 흑백 건반 위 스포츠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세 살 무렵부터 건반을 자유롭게 두드리며 피아노를 익힌 그에게 즉흥은 음악을 만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즉흥연주는 만들어지는 순간에만 존재하고 이내 사라집니다. 저 역시 다음에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를 때가 많아요.” 앙코르도 늘 그 자리에서 고른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볼 관객들을 향해 “오래 익숙하게 들어온 음악이라도 새로운 귀로 듣고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면서 “공연날 펼쳐지는 음악적 여정에 함께해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최여경 선임기자
세줄 요약
- 아살, 베토벤과 현대곡 엮은 리사이틀 예고
- 아우어바흐 헌정작 한국 초연, 버르토크·드뷔시 배치
- 빛과 어둠 대비로 새로운 청취 경험 제안
2026-10-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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