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온도가 50도까지… 프랑스 덮친 슈퍼마켓 해킹 테러

최재헌 기자
수정 2026-10-14 00:06
입력 2026-10-13 18:06
400여 곳서 수천만 유로 피해
해커들, 인터넷 원격 시스템 침입신선식품 녹아내리고 화재도 발생
로이터 “지정학적 안보 위기” 우려
네베 AFP 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에서 대형 슈퍼마켓의 냉장 시설이 동시에 해킹돼 내부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치솟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원격 냉장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든 공격으로, 일각에서는 식량 공급망을 겨냥한 사보타주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B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리 검찰은 프랑스 주요 대형마트의 냉장·냉동고가 무단 조작돼 수천만 유로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해킹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주말 유통업계 핵심 체인을 겨냥해 이뤄졌다. 앵테르마르셰와 네토 매장 300여 곳을 비롯해 코오페라티브U 100여 곳, 까르푸 80여 곳 등 전국 수백 개 점포가 동시에 피해를 입었다. 해커들은 유통업체들이 쓰는 인터넷 기반 원격 냉장 관리 시스템에 침입해 강제로 성에를 제거하는 제상 기능을 실행했고, 냉장고 온도는 50도까지 올랐다.
이 때문에 아이스크림과 신선식품이 밤사이 모두 녹아내렸고, 일부 매장에서는 부품 과열로 불이 났다. 현지 방송에는 텅 빈 냉장 진열대 옆에 ‘사이버 공격으로 신선식품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은 모습이 나왔다. 피해 매장들은 추가 해킹을 막기 위해 원격 제어 기능을 차단하고 수동 감시 체제로 전환했다.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청 조사 결과 해커들은 덴마크 냉장 설비업체 댄포스의 구형 제어장치 취약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 업데이트 지원이 끝난 제품의 인증 절차를 우회해 원격으로 코드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EU) 농업식품담당 집행위원은 “식량 안보 테러가 현실이 됐다”며 EU 차원의 대비를 촉구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이 단순 해킹을 넘어선 지정학적 안보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긴급 안보 회의에서 EU의 우크라이나 지지를 약화시키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을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 당국은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등 이웃 국가의 냉장 시스템도 비슷한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유럽 수사당국과 공조를 시작했다.
최재헌 기자
세줄 요약
- 프랑스 대형마트 냉장 시스템 동시 해킹 피해 발생
- 원격 제어 취약점 악용, 온도 50도까지 상승
- 신선식품 폐기·화재 발생, 식량안보 우려 확산
2026-10-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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