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서 조사·심판… 신뢰 흔드는 기형적 공정위 구조[무소불위 不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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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기자
수정 2026-10-14 00:04
입력 2026-10-14 00:04

<3회> 검사·판사가 한가족

팔이 안으로 굽는 조직 구성

심사관·위원회가 모두 공정위 소속
‘검사’가 ‘판사’ 역할도 수행하는 격
위원장 국무회의 배석… 입김 우려
“독립적 심판·공정성에 의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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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구조 자체가 잘못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번번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배경에 기형적인 조직 구조와 행정 제재 절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와 심판하는 ‘판사’가 한 지붕 아래에서 인사 교류로 자리를 오가고, 공정거래위원장은 조사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인 동시에 처분을 내리는 ‘재판장’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 제재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공정위 조직은 ‘정책·조사·심판’ 3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중 현장 조사를 하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공정위’는 조사 파트 공무원, 심사관이다.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하는 ‘공정위’는 심판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따라서 공정위라는 주어는 하나이지만 기능은 전혀 다르다. 심사관은 검사, 위원회는 판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검사와 판사가 공정위라는 한 조직 안에 있다는 점이 공정위 제재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공정위 공무원은 조사와 심판 분야를 넘나든다. 검사를 했다가 판사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신이 국장 시절 조사한 사건이 상임위원이 됐을 때 위원회에 상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위원회는 제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해당 상임위원을 심의에서 제척한다. 내가 조사한 사건을 내가 심판하는 게 부적절하다 보니 9인 체제(현 11인 체제) 시절 위원 6명이 전원회의 심의를 진행하는 일이 잦았다. 위원 수가 적을수록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작아진다.

위원장이 검찰총장과 재판장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도 문제다. 위원장은 정책·조사를 총괄하는 수장이자 1심 격인 전원회의 의장이다. 조사 내용을 보고받는 사람이 사건 심판까지 하는 구조다 보니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사건 조사를 진두지휘한 사람이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 당연히 심사관 편을 들지 않겠느냐.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정부의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독립성이 지켜져야 할 전원회의 심의에 정부 정책의 방향을 비롯한 외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공정위는 조사·심판 부서의 업무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고 주장한다. 조사 부서에서 곧바로 심판 부서로 인사 발령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를 경험한 피심인들은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항변한다. 위원회는 제재 절차에 착수하면 심사관과 피심인 측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데, 똑같은 횟수와 시간이 부여되는 것이 공정하다. 그런데 제재를 내리는 위원회 주심과 사건을 조사한 심사관이 과거 한 부서에서 일했던 선후배 사이라면 공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을 같은 기관이 심의·의결하는 구조가 사법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이준호 기자
세줄 요약
  • 조사·심판 동거 구조, 공정성 논란 확산
  • 심사관·위원회 역할 분리에도 인사 교류 문제
  • 위원장 권한 집중과 국무회의 배석 우려
2026-10-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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