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 없는 키스를” 대만판 ‘이태원 클라스’ 여배우의 ‘성폭력 피해’ 폭로 [월드픽]

김소라 기자
수정 2026-10-13 21:56
입력 2026-10-13 17:11
“12년 동안 촬영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
홍콩 유명 여배우, SNS에 장문의 글로 폭로
“기자에게 여배우 ‘접대부’ 취급하는 말 들어”
동료 연예인들 ‘좋아요’…기자는 뒤늦은 사과
홍콩의 한 유명 여배우가 감독과 배우, 기자들에게 당했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해 중화권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주연급 배우로 주요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그가 폭로한 영화계의 성폭력 실태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는 뒤늦게 사과했다.
13일 나우뉴스와 홍콩01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홍콩 배우 위엔라이람(32)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데뷔 이후 12년 동안 기자와 감독, 동료 남자 배우들로부터 반복되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날 영화 ‘제4막’으로 중화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꼽히는 ‘골든 호스 어워드(금마장)’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뒤 목소리를 냈다.
그는 올해 초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하던 중 한 잡지의 편집장인 남성 기자가 의자에 앉은 채 자신을 포함해 인터뷰에 참석한 여배우들을 향해 “유흥업소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발언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으로, 극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그는 기자에게 “당신의 말은 부적절했다. 입을 다물거나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기자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에게 당했던 피해들을 끄집어냈다. 그는 한 남성 감독으로부터 “너의 외모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동료 남자 배우는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뒤, 자신이 일본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해 일본어로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촬영 현장에서 대본에 없는 스킨십을 당하기도 했다고 그는 폭로했다. 그는 “한 촬영장에서 한 남자 선배 배우가 나를 언급하며 ‘키스하고 싶다’고 농담을 했는데, 나와 한마디 상의 없이 내 뺨에 대본에도 없는 키스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자 배우는 “촬영 감독에게 카메라를 높은 곳에 설치해 여배우들의 가슴을 촬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고도 그는 밝혔다.
“감독이 외모 비하, 男배우는 음담패설”
“문제 제기했다 ‘융통성 없는 사람’ 낙인”성폭력 피해를 호소해도 돌아오는 건 자신을 향한 낙인이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술에 취해 일본어로 성희롱한 남자 배우에게 몇 달 동안 사과를 요구한 끝에 사과를 받았지만, 오히려 업계 사람들로부터 ‘까다롭고 융통성 없는 사람’, ‘농담을 농담으로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성폭력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나 피해자들은 자존감을 잃고 말문이 막히기 마련”이라며 “피해자들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사회는 피해자의 동기를 의심하거나 ‘왜 그때 저항하지 않았나’라는 말로 피해자를 공격한다”면서, 피해자를 낙인찍고 위축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데뷔한 그는 영화 ‘좁은 길’로 2022년 대만 금마장 여우주연상과 2023년 홍콩 필름 어워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를 원작으로 한 대만 드라마 ‘파이어드 업!’의 여주인공(원작의 조이서)을 맡기도 했다.
그의 폭로가 연예계에 파장을 일으킨 뒤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해당 기자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지 못했다”면서 “그의 글을 통해 내 발언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게시물에 중화권의 유명 스타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 공감을 표시했다. 네티즌들은 “문화계에 악질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도 이런 여성 비하 발언을 많이 들었다” 등의 댓글을 달아 그를 응원했다.
김소라 기자
세줄 요약
- 데뷔 12년간 성희롱·성추행 피해 폭로
- 기자·감독·동료 배우의 비하와 강요 지적
- 문제 제기 뒤 피해자 낙인 문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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