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스마트워치 뜯긴 채 살해… 스토킹 신고 4차례에도 못 막았다

강동삼 기자
수정 2026-10-13 13:45
입력 2026-10-13 13:42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4차례에도 참변
피해여성 주거지 입구서 스마트워치 뜯겨
경찰, 지난달 22일 호신용 경보기도 지급
피해자 처벌불원·사건 처리 거부에 강제조치 한계
스토킹과 교제폭력 피해를 호소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제주 40대 여성이 주거지 출구에서 스마트워치가 뜯겨 나가 작동하지 못한 상태로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경찰이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와 호신용 경보기까지 지급했지만 정작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는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네 차례나 이어진 신고에도 강제적인 접근금지 등 실질적인 보호조치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경찰의 피해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지난 12일 오전 1시 38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길거리에서 전 연인인 40대 여성 B씨를 강제로 차량으로 끌고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범행 후 달아난 A씨는 같은 날 오전 5시 8분쯤 제주시 건입동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마트워치는 위급 상황에서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고 위치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러나 B씨의 스마트워치는 주거지 건물 1층 출입구 인근에서 손목 고정 부위가 뜯겨 분리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손목을 만지는 모습을 보고 A씨가 스마트워치를 강제로 떼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기기의 기능을 알고 의도적으로 제거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A씨와 B씨 사이에서는 지난해 10월 스토킹 신고 2건, 올해 3월 성폭력 관련 신고 1건, 5월 교제폭력 신고 1건 등 모두 4차례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5월에는 A씨가 직장에 찾아오거나 업무를 방해한다는 취지로 교제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피해 여성은 스토킹·교제폭력 위험도 평가에서 B등급으로 분류돼 두 달에 한 번씩 모니터링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B등급은 112 신고와 사건 접수가 각각 연 2회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A등급은 112 신고와 사건 접수가 각각 3회 이상인 경우로, 한 달에 한 번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하지만 반복된 신고는 실질적인 형사처벌이나 접근금지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정식 사건 접수와 추가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신고는 현장 분리와 경고 조치 후 종결됐으며, 올해 3월 성폭력 신고도 B씨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아 종결됐다. 5월에도 경찰이 사건 접수와 안전조치를 권유했지만 B씨가 추가 조치를 원하지 않아 강제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B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모니터링 과정에서 직접 면담을 진행했고, 이튿날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호신용 경보기도 전달했다. 같은달 28일 대면 모니터링때 직장 찾아왔을때 호신용 경보기 울려 A씨가 도망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접근금지 등 강제조치를 추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위험을 호소했는데도 보호조치가 범행을 막는 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A씨는 B씨의 지인으로부터 빌려준 돈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만나길 원했지만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데 불만을 품어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진술에 따르면 B씨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채권·채무 관계와 범행 동기의 연관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한 달 전 흉기를 구입한 경위와 사전 계획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과 폐쇄회로(CC)TV, 차량 이동 경로 분석 등을 통해 범행 전후 행적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며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제주 강동삼 기자
세줄 요약
-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네 차례에도 보호 한계 노출
- 스마트워치 뜯긴 채 전 연인에게 살해된 제주 여성
- 접근금지 미비와 신변보호 실효성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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