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 찾는데 코인은 못 찾는 ‘안심상속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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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수정 2026-10-13 01:04
입력 2026-10-13 01:04

가상자산 59조·계정 1117만 시대
예금·주식과 달리 ‘안심상속 통합조회’ 제외

거래소마다 문의해 유족 증명해야
거래 신속차단 등 고인 계정 보호도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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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버지를 여읜 박호수(32)씨는 상속재산을 정리하다 막막해졌다. 부친이 생전 코인에 투자한 사실은 알았지만 어느 거래소에 얼마나 남겼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예금, 보험 등 금융재산은 확인했지만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조회되지 않아 국내 거래소마다 직접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거래소에 보관된 가상자산이 59조원에 육박하지만, 고인이 남긴 코인을 찾고 보호하는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예금이나 주식과 달리 정부의 상속재산 통합조회 대상에서 빠져 있고, 사망자 계정의 부정거래를 막는 절차도 거래소마다 다르다. 시장 규모에 걸맞은 상속재산 조회·보호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나 행정안전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번의 신청으로 고인의 예금·보험·증권 등 금융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거래소마다 문의하고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계정과 보유 자산을 확인할 수 있다. 고인이 투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유족이 재산을 찾지 못한 채 계정에 남겨둘 수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능 계정은 1117만 5000개, 평가총액은 58조 9000억원에 달했다.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까지 시행됐지만 상속재산 통합조회에는 여전히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망자 계정 보호도 사각지대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 4890곳이 참여하는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신속차단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공식 참여 업권에 명시되지 않았다. 2022년 넥슨 창업주 고(故) 김정주 회장 사망 뒤 코빗 계정에서 약 8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탈취된 사건은 계정 관리의 허점을 보여준다.

거래소들은 개별 대응에 의존한다. 디지털엑스(옛 코빗)는 2023년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사망자 정보 확인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4월 연장하지 않았다. 현재는 실명계좌 연동이나 원화 입출금 때 사망 여부를 확인해 계정을 동결한다. 사망 사실을 상시 확인하는 체계를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수백만명의 사망 여부를 매일 확인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고객 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통합조회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사망 정보를 거래소에 전달해 유족이 재산을 찾기 전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망자 계정이 장기간 방치되면 해킹이나 무단 인출은 물론 대포 계정으로 악용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망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제도화하고 상속재산 보호 절차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세줄 요약
  • 안심상속 조회서 가상자산 제외, 유족 확인 난항
  • 국내 코인 계정 1117만개, 평가액 58조9000억원
  • 사망자 계정 보호·동결 절차 거래소별 제각각
2026-10-13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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