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광장] 지방재정, 지방정부가 말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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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13 01:02
입력 2026-10-13 01:02
해마다 예산 편성 시기가 되면 지방정부는 비슷한 고민에 직면한다. 복지와 돌봄 등 필수적인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도 커진다. 반면 세입 전망은 불확실하다. 반드시 써야 할 예산을 반영하고 나면 정작 주민에게 필요한 새로운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개별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재정구조에 있다. 중앙과 지방 간 재원 배분, 지방교부세, 지방세입 구조, 국고보조사업의 기준보조율 등은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방정부가 아무리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도 이러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지방정부들은 이 같은 문제에 주로 개별적으로 대응해 왔다. 문화와 복지, 사회연대경제, 자치분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정부협의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모든 정책의 기반인 재정을 핵심 의제로 삼아 지방정부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공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를 함께 해결할 논의의 장은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강북구는 ‘재정혁신 지방정부협의회’ 창립을 제안한다. 협의회의 역할은 분명하다. 우선 지방정부가 공통으로 겪는 재정 현안을 발굴하고 정책 정보와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교부세, 국고보조사업, 복지비 분담 원칙 등 법령과 제도의 개선 과제를 구체화해 중앙정부와 국회에 공동으로 제안할 것이다. 아울러 공동구매 등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도 발굴하고자 한다.

협의회 이름에 ‘혁신’을 담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 확대만 요구하는 협의체가 아니라 지방정부 스스로 재정 운용 방식을 개선하는 협력의 장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대외적으로는 불합리한 재정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재정관리와 업무 효율화를 통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의 요구도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 협의회는 지방정부의 재정 운영 성과를 평가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기구도 아니다. 개별 지방정부의 성과를 비교하기보다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강북구는 협의회 구성을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지방재정의 공통 현안과 기존 지방정부협의회의 설립·운영 사례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협의회의 규약과 조직,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뜻을 함께하는 지방정부들과 실무협의를 거쳐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지방재정혁신 정책토론회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강북구는 재정 여건이 넉넉한 지방정부가 아니다. 그만큼 지방재정의 어려움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다른 지방정부들에 먼저 협력의 손을 내밀고자 한다.

지방자치의 완성은 재정자치에 있다. 재정의 자율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치는 이름뿐인 자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각 지방정부가 겪는 어려움을 공동의 과제로 발전시키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전국의 지방정부가 뜻을 모아 재정혁신과 재정분권의 새로운 길을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



정창수 서울 강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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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서울 강북구청장
정창수 서울 강북구청장
2026-10-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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