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이재근이 남겨야 할 ‘KB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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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수정 2026-10-12 01:53
입력 2026-10-11 21:25

세 전직 회장과 남 다른 인연
실적 너머 ‘변화의 숙제’ 받아
시스템으로 말하는 조직 기대

KB금융의 역대 회장들은 저마다 다른 시절을 지나왔다. 학자 출신인 어윤대 회장이 2010년 내정된 후 KB는 ‘금융과 권력의 거리’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그 시절 KB는 회장과 이사회가 각각의 권력에 기대어 사사건건 부딪쳤다. 당시 어 회장 시절의 KB를 두고 ‘관치금융의 끝판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회장이 누구와 가까운지, 누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가 경영 성과보다 더 화제였다. 그때 어 회장의 비서실장이 바로 KB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 이재근이다. 이제 그에게도 KB가 또다시 그런 의심을 받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이 내정자가 어 회장 가까이서 지켜본 첫 번째 유산은 금융그룹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어 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2014년 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해 결국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사외이사들도 전원 사퇴했다. 그해 말 금융당국은 KB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KB는 회사를 정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금융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종규 회장이 그 혼란을 수습하고 KB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당시 추진 중이던 LIG손보 인수를 마무리했고, 이는 지금 KB가 신한금융과 선두를 다투는 데 든든한 수익원이 됐다. 현대 증권 인수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은행에 지나치게 기대왔던 그룹의 모습도 바꿨다. 이 내정자는 그 당시 지주에서 윤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의 핵심 보직인 재무와 전략 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이듬해 그는 은행장까지 올랐다.

2023년 취임한 양종희 회장은 윤 회장이 넓힌 사업의 토대 위에서 KB의 수익성과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렸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2025년 순이익의 50%를 넘게 주주에게 돌려줬다. 지난해 KB의 순이익은 5조 8430억원으로, 신한금융을 8천억원 넘게 앞섰다. 이 내정자는 양 회장 체제에서도 1년 더 은행을 이끌며 손발을 맞췄다. 그렇게 함께 성과를 만든 두 사람은 얼마전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양 회장의 연임을 예상한 사람이 많았던 만큼 이재근이라는 선택은 곧바로 의문도 남긴다. 이만큼 성장한 KB는 앞으로 어떤 성과와 변화를 더 이뤄내야 할까. 이미 좋은 성적표를 넘겨받은 이 내정자는 실적으로만 답할 수 없게 됐다. 국내 1위라는 자리에 비해 약한 해외 사업의 존재감도 키워야 한다. 더구나 글로벌 사업은 최근까지 자신이 맡았던 분야다. 투자할 곳과 물러날 곳을 가리는 판단도 이제 그의 책임이다.

이 내정자를 두고 ‘체급이 약하다’는 말도 들린다. 카리스마로 조직을 휘어잡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키운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그래서 그가 더 뛰어난 ‘듣는 CEO’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힘 있는 리더, 천재형 리더, 성과형 리더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상사와 일하고 경쟁한 경험은 그에게 주어진 큰 유산일 수 밖에 없다.

이 내정자는 일성으로 “회장 한 사람의 능력에 기대기보다 시스템과 절차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배구조 위기로 크게 흔들렸던 KB의 역사를 생각하면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도 요직에 앉힐 수 있는지, 계열사 대표를 고를 때 납득할 만한 기준을 보여줄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그는 어윤대에게 권력과의 거리를, 윤종규에게 위기의 수습을, 양종희에게 시장의 신뢰를 얻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 유산에서 무엇을 이어받고 또 무엇을 바꿀지는 이제 이 내정자의 몫이다. 회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KB를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남겨야 할 자신의 유산이다.



백민경 디지털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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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디지털금융부장
백민경 디지털금융부장
2026-10-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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