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지 탐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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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12 01:51
입력 2026-10-11 21:20

음모론 영화의 정치학

음모론을 다루는 영화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음모가 있고, 그것을 감추는 권력이 있으며, 음모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과정을 다루는 것이 음모론 서사이기 때문이다. 음모론 영화가 지니는 양면적인 성격도 바로 거기에 있다. 공식적인 설명과 세계관을 의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시민은 무엇을 알고 있으며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 좋은 음모론 영화의 역할이다.

앨런 J. 파큘라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1976)은 거대 음모와 맞서는 저널리즘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하고 폭로했던 실화를 극화한 작품답게, 영화는 사소해 보이는 단서와 서로 엇갈리는 증언으로 시작해, 취재원의 진술을 교차 검증하며, 개별 사건들을 연결해 나간다. 양심적인 언론인이 거대 권력에 맞서는 구도로 전개되는 모든 영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만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의 ‘JFK’(1991)는 음모론을 다루는 영화의 또 다른 전범이다. 극화된 연출 화면 뿐 아니라 당대의 기록 영상을 충분히 활용하고, 빠른 편집과 화면 분할 등을 이용해 공식적인 역사 서술에 대한 불신을 끌어올리며, 결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불신하게 만드는 일종의 선동 영화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암살자(들)’ 역시 ‘JFK’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는 영국 BBC의 드라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3)가 수작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긴 러닝타임을 십분 활용해, 의문의 죽음을 파해치다가 거대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까지 파고드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언론 윤리 문제와 맞닥뜨리고 갈등과 번민을 계속한다. 음모를 추적하는 자 역시 음모가 판치는 세계의 일부이지만, 그럼에도 진실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2026-10-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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