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펄펄 끓는 ‘학교 조리실’…서울 절반 정수기 없어

김가현 기자
수정 2026-10-12 15:54
입력 2026-10-11 23:10
급식실 노동자 온열질환에 쓰러져
렌탈비 월 5만원… 학교 “예산 없다”
연합뉴스
“음식 열기에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는 급식실 노동자에겐 물이 ‘생명수’입니다.”
지난해 여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선 급식실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실신해 응급차에 실려갔다. ‘시원한 물이 없어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급식실 조리실 내 정수기가 없어, 노동자들이 직접 물을 끓여먹거나 생수를 구매하는 실정이었다. 올 여름엔 학교에 정수기 설치를 권고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공문까지 내려왔지만, 상황은 달라지는 게 없었다.
곽미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급식분과 사무국장은 “한달에 4~5만원이면 정수기를 렌탈할 수 있는데, 학교에선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기본적 인권도 지켜주지 않아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학교 급식 조리실의 과반이 정수기를 비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급식 조리실 정수기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관내 1020개 학교 중 558곳(54.7%)엔 조리실 내부에 정수기가 없었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 대책’과도 배치된다. 대책엔 ‘물, 냉방장치, 보냉장구 등은 적극 구비’, ‘근로자가 물을 편리하게 음용할 수 있도록 정수기 적극 구비’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에 물을 끓여 마시는 학교는 129곳(12.6%), 생수를 구입하는 학교는 113곳(11.1%)이었다. 물을 개인적으로 지참하는 학교도 23곳(2.3%)이나 됐다.
고 의원은 “현행 법규는 사업주가 더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라며 “교육청은 노동법 준수 및 급식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신속히 개선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현 기자
세줄 요약
- 서울 학교 급식 조리실 절반 이상 정수기 미설치
- 노동자들 끓인 물·생수 구매로 폭염 속 버팀
- 교육청 권고에도 예산 부족 이유로 개선 지연
2026-10-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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