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우리 동네 ‘재택근무자’가… 美 발칵 뒤집힌 ‘북한 IT 농장’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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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0-14 10:47
입력 2026-10-14 10:11
세줄 요약
  • 텍사스서 북한 IT 불법 취업 거점 대거 적발
  • 미국인 조력자 동원한 노트북 농장 운영 확인
  • 벌어들인 수익,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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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을 탈취하는 북한 해커를 상상한 AI 응용 이미지. 2026. 8. 10. 서울신문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북한 해커를 상상한 AI 응용 이미지. 2026. 8. 10. 서울신문


미국이 정교하게 위장된 북한의 사이버 외화벌이 거점에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불법 취업 활동을 벌여온 원격 거점, 이른바 ‘노트북 농장’을 무더기로 적발하면서 미 안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텍사스서 40여 곳 동시 타격… ‘론스타 라운드업’ 작전의 전말13일(현지시간) FBI와 텍사스 북부연방지검은 주 전역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 작전인 ‘론스타 라운드업’(Lonestar Roundup)을 단행해 북한 IT 노동자들의 불법 네트워크를 대거 해체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작전을 통해 주거지 4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북한 해커들이 미국 기업의 내부망에 무단 침투하는 데 악용해 온 노트북과 키보드·영상·마우스 장치 등 총 187대를 압수했다. R. 조셉 로스록 FBI 댈러스 지부장은 “압수된 노트북 한 대는 곧 북한 IT 인력을 고용한 미국 기업을 뜻한다”며 심각성을 경고했다.

미 사이버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 같은 범죄 행각을 벌이는 북한 요원 집단과 조력 세력에 ‘페이머스 천리마’(Famous Chollima)라는 명칭을 붙이고 추적하고 있다.

미국인 신분 도용에 ‘내부 조력자’까지… 치밀한 위장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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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은 지난해 약 17억 달러(2조 825억원)의 암호화폐를 훔쳤다고 블록체인 분석 회사 체이낼러시스가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은 지난해 약 17억 달러(2조 825억원)의 암호화폐를 훔쳤다고 블록체인 분석 회사 체이낼러시스가 밝혔다. 연합뉴스


이들의 수법은 날로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북한 IT 노동자들은 도용하거나 위조한 미국 신분증을 바탕으로 가상사설망(VPN)을 동원해 마치 미국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 것처럼 감쪽같이 신분을 숨겼다.

특히 미국 내에 거주하는 일종의 ‘조력자’들이 범행의 핵심 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조력자는 피해 기업들이 발송한 원격 업무용 노트북을 자신의 자택으로 수령해 설치한 뒤, 원격 접속 소프트웨어를 구동해 북한 해커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노트북 농장’ 환경을 구축해 줬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벌어들인 급여를 받은 뒤 북한 당국이 통제하는 계좌로 송금하는 임무까지 맡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언 레이볼드 연방 검사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취업 사기를 넘어선 중대 안보 위협임을 강조했다. 그는 “거실에 노트북 수십 대를 버젓이 늘어놓고 있으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인 조력자들을 향한 강력한 법적 처벌을 예고했다.

WMD 자금줄로 직행하는 불법 외화… 재무부 “연간 1조 원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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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북한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화성-20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10일 북한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화성-20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경제 사범 검거를 넘어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엄중히 다뤄지는 이유는 이들이 거둬들인 막대한 자금이 북한의 정권 유지 및 무기 개발 자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로스록 지부장은 이번 작전의 배경에 대해 “북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핵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자행한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저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 추산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위장 취업 수법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8억 달러(약 1조 800억원)에 달한다.

북한의 IT 인력 파견 및 노트북 농장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6월에도 미국 내 16개 주에서 29곳의 노트북 농장을 적발한 바 있으며, 2023년 애리조나주에서 같은 건으로 기소된 현지 여성은 북한을 조력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8년 6개월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평화로워 보이는 미국 소도시의 가정집 거실이 알고 보니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을 대는 전초기지로 악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안보 당국은 기업들의 원격 채용 보안 검증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차단에 착수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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