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 쌓이는‘압력’이 전이 촉진한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12 16:16
입력 2026-10-12 16:16
세줄 요약
- MRI로 종양 내부 압력 측정 센서 개발
- 급격한 압력 증가가 전이 성향 강화
- 산화 스트레스·EMT 촉진 기전 규명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공동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종양 내부 압력을 처음으로 측정해 암 전이 가능성을 가진 세포 위치를 밀리미터(㎜)보다 작은 해상도로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엠큐브 센서’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기존에는 암 조직에 가해지는 압력을 확인하기 위해 주로 빛을 이용한 센서나 현미경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빛이 잘 도달하지 않는 깊은 곳이나 살아 있는 동물의 종양을 오랜 시간 관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MRI로 종양 내부 특정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 변화를 장기간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엠큐브 센서는 신체에 안전한 알지네이트 하이드로젤 안에 작은 자성 나노입자를 넣은 구조다. 알지네이트 하이드로젤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한 수분 함유 고분자 소재로 생체적합성과 높은 수분 보유력, 구조 조절성이 좋아 상처 드레싱, 경구 약물 전달체, 세포 배양 지지체,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등에 활용된다.
외부 압력을 받은 하이드로젤이 수축하면 자성 나노입자 주변 물 분자 환경이 달라지면서 MRI 신호가 변한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종양 특성을 모사한 3차원 세포 배양체인 종양 오가노이드와 동물 실험으로 종양 내부 압력 스트레스 변화에 따른 암세포 반응을 추적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그 결과, 암에 축적된 스트레스 변화 속도가 암세포 전이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세포에 가해지는 압력이 천천히 증가할 때는 암세포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급격한 압력 스트레스 증가에 노출된 암세포에서는 생리적 불균형 상태인 산화 스트레스가 강하게 발생했고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YAP/TAZ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또 세포 간 연결이 느슨해지고 이동성과 침습성이 높아지는 상피-간엽 형질전환(EMT) 과정이 촉진됐다. EMT는 암세포가 원래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 원리 중 하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종양 내부에 압력이 급격히 쌓이면 암세포가 전이에 유리한 성질을 갖게 될 수 있음을 규명하고 암 전이의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천진우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살아 있는 종양의 ‘보이지 않는 힘’을 MRI로 추적하고 암세포에 작용하는 이런 압력 스트레스 변화가 전이 성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밝혀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며 “엠큐브 센서는 암 전이뿐 아니라 조직 재생, 염증, 섬유화 등 다양한 생명 현상에서 물리적 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히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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