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 지키랬더니”… 사이버전사들이 ‘배틀넷’ 전사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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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0-12 09:08
입력 2026-10-12 09:08
세줄 요약
  • 국보연 직원 5명, 근무 중 배틀넷 접속 적발
  • 외부 교육용 회선 악용, 내부망까지 동원 정황
  • 내부고발로 드러나고 견책 징계에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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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스타크래프트 대결. 서울신문 DB
인공지능과 스타크래프트 대결. 서울신문 DB


국가 사이버안보의 최전선을 지켜야 할 정부출연연구기관 직원들이 근무 시간 동안 상습적으로 게임 서버에 접속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다 덜미를 잡혔다. 특히 이들의 일탈은 내부고발을 통해서야 세상에 드러났고 이후 이어진 징계마저 ‘표창 감경’이라는 솜방망이에 그쳐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안 사각지대 파고든 ‘근무 중 배틀넷’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보연 사이버안보훈련센터 소속 직원 5명은 2024년 9월부터 12월까지 근무 시간에 배틀넷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겼다.

이들이 치밀하게 악용한 곳은 대전 유성구 본원과 떨어진 별도의 인근 건물에 위치한 ‘사이버안보훈련센터’였다. 외부 교육용 회선을 사용해 게임 서버 차단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관리자가 휴가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울 때면 어김없이 업무용 PC 등이 게임용 단말기로 돌변했다.

하루 9시간 육박… 막히면 ‘내부 로컬망’까지 동원이들의 접속 시간은 단순한 ‘농땡이’ 수준을 넘어섰다. 한 직원은 하루 접속 시간이 최대 8시간 53분에 달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7시간 21분 동안 서버에 머무는 등 정상 근무 시간 대부분을 게임 서버에 바쳤다.

심지어 2024년 12월 실험 인터넷 회선이 막히자,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부 로컬망까지 끌어다 쓰며 접속을 이어간 흔적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이들의 황당한 행각은 상급 기관의 감사가 아닌, 고통받던 같은 센터 직원의 내부고발이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났다.

“행사 끝내고 회포 풀려 했다”… 황당 해명과 솜방망이 징계적발된 직원들은 대형 행사가 끝난 뒤 회포를 풀기 위해 접속했을 뿐, 접속 시간 내내 실제 게임만 한 것은 아니라는 핑계성 진술을 내놓았다.

국보연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에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특히 접속 시간이 가장 길고 ‘육아휴직 부정 사용’ 등 복합적인 비위가 추가로 적발된 직원의 경우 당초 감봉이 검토됐으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표창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징계가 한 단계 감경됐다. 국보연 측은 게임 서버 접속 시간만큼 연차를 차감하거나 급여에서 공제했다고 해명했다.

“국민 눈높이 안 맞는 기강 해이” 질타국보연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교육용 회선을 중앙관리 방식으로 통합하고 비업무 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했으며, 전 직원 보안 교육과 정기 점검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정아 의원은 “국가 사이버안보를 최전선에서 수호해야 할 요원들이 관리자 공백을 틈타 배틀넷을 전전한 것은 심각한 기강 해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감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도 과거 표창 이력을 내세워 징계를 깎아준 것은 명백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엄정한 책임 추궁과 함께 내부 신고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보호 체계 점검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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