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칼럼] 미·중 패권시대, 한국의 선택은 CPTPP
수정 2026-10-12 01:52
입력 2026-10-11 22:39
제조업 연평균 6조원 파급효과
미·중과 협상력 키울 국가 전략
농어업계 피해 우려 경청하되
한미FTA처럼 전략적 선택해야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와 도전을 모두 주는 존재다. 한국의 무역대상국은 수출·수입 모두 1위 중국, 2위 미국이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비중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양국으로부터의 수입액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모두 증가했다.반면 미국은 관세를 지렛대로 대규모 투자와 시장개방을 압박하고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는 서해에서의 불법조업과 구조물 설치 논란이 있었으며 비공식적인 한한령(限韓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패권 다툼으로 여유가 없는 미·중은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타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국익을 지키려면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자면 굳건한 한미동맹과 우호적인 대중관계가 필수적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일관된 원칙 아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선 미·중 이외의 경제 파트너가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다. CPTPP는 일본·영국·캐나다·호주·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신청은 했으나 높은 수준의 규범 충족과 회원국 동의가 필요해 가입 여부는 불확실하다.
CPTPP 가입의 핵심은 우리와 FTA가 없는 일본·멕시코 특히 일본과의 경제관계 확대다. 한·일은 다른 다자간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동시 가입돼 있기는 하나 CPTPP는 RCEP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이다. CPTPP 가입은 한일 양자 FTA에 비해 다자간 경제관계 확대, 국민 감정 등에서 나은 선택이다.
정부는 CPTPP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제조업 생산 파급효과가 6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반면 농림수산업 생산은 8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방으로 창출된 국민경제적 이익을 피해 부문으로 환류시키는 계획이 가입 논의와 함께 시작돼야 한다.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 역시 감성보다는 투명한 정보와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CPTPP 가입은 수출·GDP 증가 외에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창출할 것이다. 나아가 CPTPP 가입은 미·중 패권시대에 우리의 협상력을 확대하는 국가전략이기도 하다. 올 6월 영국의 국제문제연구기관인 채텀하우스는 ‘제3의 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중 양강 구도에 휘둘리는 대신, 자유무역과 국제규범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연대해 경제세력을 형성하자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그 첫걸음으로 유럽연합(EU)와 CPTPP간 협력확대를 제시했다. 실제 양측은 2025년 첫 각료회의를 출범시킨 바 있다. 현재 EU와 CPTPP 회원국은 세계 GDP의 약 28%, 세계 무역의 약 31%를 대표하며 금융 및 자원, 시장과 규범 설정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CPTPP에 가입하면 회원국인 일본과 함께 제조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
물론 ‘제3의 축’이 한미동맹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의 미·중과의 경제관계를 약화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국제협력은 글로벌 현안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미국의 투자압박은 한·일·EU 간 협력의 전략적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서로 미국에 대한 양보를 경쟁하기보다 공동의 대응원칙을 마련한다면, 대미 협상에서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도 지금도 진행 중인 CPTPP와 EU의 다자주의 복원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언제까지 파편화되는 글로벌 경제질서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식 가입 추진을 선언했으며 현 정부 역시 의사는 있으나 농수산업계 반발 등의 이유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농수산업계의 우려를 듣고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가입이 무기한 미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대를 뚫고 한미 FTA를 성사시켰다. 당시 우리의 대외전략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후대가 ‘이재명 대통령’ 하면 CPTPP를 떠올렸으면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6-10-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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