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보다 장사… 푸틴에 승리 안긴 트럼프 ‘거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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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6-10-12 01:35
입력 2026-10-11 18:07

러시아와 ‘경유 딜’ 노림수는

중간선거 표심 노린 러 제재 완화
젤렌스키 반발엔 “새 대통령 필요”
EU “전쟁 자금 보태주는 격” 비판
측근 사업 얽혀 이해충돌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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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거래’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당사국 간 협상보다 ‘러시아와의 사업적 거래’에 더 무게를 싣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 공급하기로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공급 물량은 이달 중 30만톤, 다음달 50만톤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러시아의 총공급 물량은 480만톤이다. 미 재무부는 이에 맞춰 러시아산 경유 판매와 미국 수입을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대러 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이라는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고유가 책임을 이란전쟁이 아닌 우크라 전쟁 탓으로 돌려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에게 주는 생일 축하 선물”이라며 이번 미·러 거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경고에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 시설을 계속 공격했다며 “내가 우크라이나에 제안하는 게 뭔지 아나. (종전) 합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가지라는 것”이라고 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 공조를 무력화하는 이번 ‘딜’에 국제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산 경유 제재 중단은 러시아에 전쟁 수행 비용을 보태주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화당에서조차 이번 조치가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고 린지 그레이엄 의원의 이름을 딴 대러 제재법과 정면으로 상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거래를 노골화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종전 전망에는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가 지난달 5일 휴전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석유기업 루코일의 해외 자산 매각 거래를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루코일 해외자산 인수를 추진하는 투자자 그룹의 핵심 인물들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 측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사업 이해관계와 뒤섞이고 있다는 이해충돌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희선 기자
세줄 요약
  • 러시아산 경유 대규모 공급 합의와 제재 완화
  • 중간선거 앞둔 에너지 가격 안정용 정치 행보
  • 우크라이나·EU·공화당 일각의 강한 반발
2026-10-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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