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투기 아니면 불법 임대 봐준다… 뿔난 農心 달래기

김중래 기자
수정 2026-09-22 00:28
입력 2026-09-22 00:28
상속·고령자 농지는 처분 유예… 농지은행이 ‘위탁 관리’
홍윤기 기자
농지법을 위반했어도 투기 목적이 아니면 강제처분이 유예된다. 농지를 농민 스스로 경작하거나 합법적으로 임대해 위법 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도 준다. 직접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계약서를 쓰지 않고 농지를 남에게 맡겨 관행적으로 법을 어긴 농민을 구제·계도하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불법 전용된 농지를 양성화하기 위한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놓고 농민 사이에 “국가가 농지를 빼앗으려 한다”는 불만이 확산한 데 따른 보완책이다. 명백한 농지 투기가 아닌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불법 사례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미뤄 주고, 불법 전용이 확정된 토지에 대해서도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의 기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행위를 처벌한다”는 농지 전수조사의 본래 목표를 재확인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은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간 밝혀 온 투기와 일반적 위반의 구분 원칙을 명확하게 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농민들이 농지를 서로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 농지를 한 명의 임차인이 경작하는 불법 임대차에 대해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하면 강제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 농지는 행정청이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가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럿이 공유하면서 투기 목적은 아닌 토지는 지분의 과반을 차지하는 공유자의 동의를 받아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할 수 있게 한다. 임차인의 퇴거를 비롯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해 임대차 특별 정비 기간을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아울러 고령농이나 상속인이 휴경 중인 농지, 방치된 농지는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당정은 농지은행의 역할 강화를 위해 내년 농지 지원 예산을 올해 1조 8077억원에서 2조 2617억원으로 4540억원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고·허가를 거치지 않아 불법 전용이 확정된 농지에 대해서는 사후 양성화 기회가 부여된다. 요건 검토를 거쳐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면 합법 상태로 전환된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 재배업체로 위장하고서 실제로는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는 등 법 위반 의도가 명백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처분 대상은 더욱 명확히 하고 엄벌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 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 농업법인을 세워 농지로 부동산업 영위, 경매로 지분 취득 후 놀리거나 임대 등에 대해서는 강제처분과 함께 원상회복 명령 등 법적 조치가 내려진다. 당정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정상화·양성화 대상과 절차, 처분 유예 요건 등이 담긴다. 내년에는 농촌 현실에 맞는 농지법 개정에 나선다.
세종 김중래 기자
세줄 요약
- 투기 목적 아닌 농지 위반은 처분 유예 방침
- 불법 전용 농지는 특별조치법으로 양성화 검토
- 농지은행 위탁 확대와 예산 증액도 추진
2026-09-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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