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자연사박물관서 63년 동안 잠든 화석…‘가장 오래된 공룡’ 기록 흔들 [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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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21 17:30
입력 2026-09-21 17:30
세줄 요약
  • 수장고 화석 재검토로 신종 디키노돈트 확인
  • 탄자니아 지층 연대 재해석으로 공룡 기원 흔들림
  • 박물관 표본 재조사 가치와 추가 연구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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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이나 박물관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전시물들은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유물의 극히 일부 중 하나다. 그래서 수장고에서 우연히 찾아낸 유물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뒤흔들 때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영국 브리스톨대 지구과학부, 런던 자연사박물관 화석 파충류·양서류·조류부, 레딩대 생명과학부, 아르헨티나 자연과학박물관 척추동물 고생물학부,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유전·미생물·통계학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대 고고학·문화유산학과 공동 연구팀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 60년 넘게 방치돼 있던 탄자니아 만다층에서 나온 트라이아스기 화석이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2억 4000만년 전 신종임을 확인하고 ‘디노돈토사우루스 이시아바만다’(Dinodontosaurus isiyavamanda)로 명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발견으로 공룡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 다시 계산해야 할 근거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고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척추동물 고생물학 저널’ 9월 16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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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서 63년 정도 묻혀 있던 화석을 재분석한 결과 공룡의 탄생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 브리스톨대 제공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서 63년 정도 묻혀 있던 화석을 재분석한 결과 공룡의 탄생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 브리스톨대 제공


이번에 재해석된 화석은 1963년 영국 고생물학자들이 지금의 탄자니아 지역에서 발굴해 런던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긴 것으로 극히 일부만 연구된 채 수장고에 방치돼 있었다. 연구팀은 발굴 후 개봉되지 않은 골격 표본과 2012년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조각난 머리뼈를 함께 분석했다. 재검토 과정에서 같은 표본 번호 아래 최소 4개 개체분의 뼈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두 표본 모두 남미에서만 발견되던 디노돈토사우루스 속에 속했으며 공룡이 아니라 부리와 한 쌍의 엄니를 가진 초식동물 ‘디키노돈트’로 포유류로 이어지는 단궁류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와 3차원 표면 스캔으로 머리뼈 길이 30㎝ 표본을 정밀 분석했다. 전상악골의 구개 융기가 앞쪽에서 혹처럼 부풀고 측두교 정중선에 홈이 있는 점 등이 기존 두 종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124개 분류 단위와 199개 형질을 놓고 베이즈 추정, 최대우도법, 최대절약법 등 세 가지 계통분석을 했다.

입천장 구조는 식성도 알려주는데 디키노돈트의 구개 융기는 날처럼 생겨 식물을 잘라내는 데 쓰이지만 이 종은 앞부분이 둥글게 부풀어 있다. 단단한 먹이를 깨 먹는 거북이나 늑대장어를 닮았다. 입천장 뼈 선반이 짧아 무는 힘에도 유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지층에서만 디키노돈트가 5~6종 확인됐는데 이는 덩치 큰 초식동물들이 먹이를 나누면서 공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재확인된 화석이 나온 탄자니아 지층은 가장 오래된 공룡 후보인 니아사사우루스와 아실리사우루스가 발굴된 최적층이다. 문제는 이 지층의 연대를 직접 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암석의 절대 연대는 화산재에 섞인 광물을 분석해 구하는데 탄자니아 지층에는 그런 화산재층이 없다. 그래서 고생물학자들은 같은 화석이 나오는 다른 지역 지층을 ㅊ찾아 둘은 같은 시대라고 짝지은 뒤 연대가 측정된 쪽 숫자를 빌어온다. 그동안 탄자니아 지층의 짝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몇몇 화석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탄자니아 지층은 중기 트라이아스기 아니시안(약 2억 4700만~2억 4200만 년 전)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 짝을 바꾸게 했다. 남미 지역에만 있는 줄 알았던 디노돈토사우루스가 탄자니아에서도 나온 이상 같은 속이 발견되는 브라질·아르헨티나 지층과 같은 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미 지층에는 탄자니아에 없는 화산재가 있다. 아르헨티나 차냐레스층 하부는 이 방식으로 약 2억 3600만년 전이라는 값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탄자니아 지층이 아니시안이 아니라 그보다 1000만년가량 늦은 후기 라디니안~카니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같은 지층에 묻혀 있던 ‘가장 오래된 공룡 후보’들의 나이도 그만큼 젊어진다. 공룡 계통이 지구에 등장한 시점이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늦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이크 데이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야외 발굴 못지않게 박물관 수장고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과거에 대한 이해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구에 공룡이 나타난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을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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