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때문에 죽겠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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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수정 2005-11-17 00:00
입력 2005-11-17 00:00
“안 그래도 에이펙(APEC)인지 뭔지 때문에 죽겠는데 왜 새치기야.”“며칠째 허탕인데 좀 봐주지, 그렇게 야박하게 구나.”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부산의 중심부 부산역 택시승강장. 택시기사 임모(63)씨와 박모(58)씨가 서로 멱살을 잡았다.

손님을 기다리며 줄서 있던 빈 택시들 사이로 임씨가 끼어들면서 박씨 등 다른 기사들과 시비가 붙은 것. 이날 김해공항에서 APEC 정상회담 반대집회가 열려 더 많은 택시가 부산역에 몰려 있는 상황.

15분쯤 험한 말과 주먹이 오고 가더니 임씨가 갑자기 힘없이 쓰러졌고,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 끝내 숨졌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부검결과 사인은 심장마비로, 임씨는 전에도 고혈압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면서 “박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APEC 정상회담이 수천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멀기만 한 얘기다. 대중적 행사가 아니라 관광객도 없고 삼엄한 경계로 음식점 등의 손님이 도리어 더 줄었다고 푸념한다.

경찰 3만여명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는 부산 거리에는 특히 해가 진 뒤에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밤 거리에는 시민보다 경찰이 더 많다고 할 정도다. 부산시청 근처에서 10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모(47·여)씨는 “시내 주요지점이나 관광지로 가는 모든 길목에서 검문검색을 해 사람들이 통 다니질 않는다.”면서 “부산과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좋은 행사라니까 며칠만 참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는 빈 택시가 넘쳐난다. 자가용 승용차 2부제를 하면 손님이 늘 것이라던 택시기사들의 예상은 빗나갔다.20년째 부산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이민호(55)씨는 “2부제 기간 동안 시민들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택시는 타지 않아 오히려 수입이 전보다 못하다.”면서 “특히 각국 정상들이 머물고 있는 해운대에는 보안을 이유로 아예 차를 못 대게 하는 호텔이 많아 가지 못한다.”고 했다.

부산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11-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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