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에선 쌀을, 국회에선 전기를…김정호의 ‘현장에서 찾은 답’[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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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윤 기자
수정 2026-09-21 18:49
입력 2026-09-21 18:49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위원장 인터뷰
메가프로젝트 전력 해법,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하는 지역에 공장 유치를”
산업 경쟁력 높일 때도 노동권 지켜야
봉하서 盧에 배운 현장 정치 여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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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태양광·해상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꼽았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을 확대하고, 노후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소형 원전 상용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로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와 지방 해안지대에 몰린 공급 사이 불일치”를 지목했다. 그는 이어 “전력을 생산하는 곳에 수요자를 유치하는 구조로 바꿔가야 한다”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과 지역 내 분산형 전원 확대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구상은 국가균형발전과도 맞닿아 있다. 김 위원장은 발전설비가 있는 지역에 공장이 들어서면 장거리 송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지역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남의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지역에 혜택을 주는 차원을 넘어, 재생에너지 공급 여력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요 확충과 함께 공급이 원활해서 시간도 단축하고 비용도 줄어 국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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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 위원장은 후반기 국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확보하도록 점검하는 일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얼마의 전력이 필요한지, 그 전력을 어떤 발전원과 송전망을 통해 공급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에 앞서 수요 전망부터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전력수급계획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배경에서다. 김 위원장은 “AI 전환도 자칫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며 “아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과학적인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전 역시 급변하는 수급 여건 속에서 활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송전망 확충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형모듈원전에 대해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연구개발을 이어가야 한다며 축적된 원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이 바뀌어도 노동자의 삶은 지켜야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동시간 특례에는 산업계의 요구를 살펴보되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켜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일반화하거나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연성을 인정하더라도 적용 대상과 기간을 명확히 하고 노동자의 선택권과 충분한 휴식, 건강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이 노동자와 지역을 지원할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면서도 “명확한 탈석탄 목표 시점과 노동자의 실질적인 고용승계 보장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의 시행령과 예산을 챙기고 후속 입법으로 고용보장 등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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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의원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호 의원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임위원장으로서 합의를 이끌 원칙으로는 “과학적인 미래예측과 이익의 균형점”을 제시했다. 그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엔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며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불가피하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국민의 권리가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법정 정년 문제와 관련해선 “정년연장 역시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시기 사이의 소득 공백을 줄이면서 청년고용·기업 부담·임금체계를 함께 고려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봉하서 盧께 배운 ‘실사구시 여민동락’ 정치김 위원장이 정책을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은 ‘실사구시 여민동락’(實事求是 與民同樂)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뒤 봉하마을에서 친환경농업을 이끈 김 위원장은 이 원칙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웠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구호보다 현장의 문제를 직시하고, 국민과 어려움과 성과를 나누는 정치라는 뜻이다. 그는 이러한 자세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와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봉하마을에서 친환경농업의 첫 삽을 뜨던 때를 떠올리면서 인터뷰 중 잠시 감상에 잠겼다. 그는 “그전에 논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며 “노 전 대통령은 마을을 깨끗이 가꾸는 데서 더 나아가 주민의 생업인 쌀농사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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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노 전 대통령의 당부 이후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친환경 작목반을 꾸리고 공동작업으로 생산비를 줄이는 한편, 봉하쌀 브랜드와 온라인 판로를 만들었다. 자연을 되살리는 일이 농민의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한 경험이다. 그는 에너지 전환도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와 지역경제가 무너지면 제대로 된 전환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부터 민주당 전국정당추진특별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전국정당은 선거 때만 전국을 찾아가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어느 지역에 살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반이 약한 지역의 정치 활동을 뒷받침할 제도 마련을 강조했다. 원외 지역위원회가 사무실과 실무 인력, 후원회 등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하루빨리 법적으로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할 정치인과 청년·여성 인재를 키우는 일도 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당 전국정당추진특별위원장으로서 “지역의 자생력을 키워 어느 지역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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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국회 본관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반영윤 기자
세줄 요약
  • 재생에너지 확대와 ESS·양수발전 보강 제시
  • 노후 원전 계속운전·SMR 연구 병행 주장
  • 수도권 수요-지방 공급 불일치 해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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