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번의 기다림 끝에 핀 최예림 “이제는 꾸준함보다 우승 기회 놓치지 않는 독기 있는 승부사로” [권훈의 골프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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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기자
수정 2026-09-23 10:35
입력 2026-09-23 10:10
세줄 요약
  • 238개 대회 만에 KLPGA 첫 우승 달성
  • 준우승 9번과 부상 속 자책의 시간 극복
  • 꾸준함 넘어 결정력 있는 승부사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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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림이 버디를 잡아내고선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최예림은 데뷔 후 238번째 대회까지 준우승만 9번 했을 뿐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239번째 출전 대회였던 OK 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무관의 꼬리표를 뗐다. KLPGA 제공.
최예림이 버디를 잡아내고선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최예림은 데뷔 후 238번째 대회까지 준우승만 9번 했을 뿐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239번째 출전 대회였던 OK 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무관의 꼬리표를 뗐다. KLPGA 제공.


201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최예림은 매년 상금 순위를 끌어올리며 발전하는 꾸준한 선수였다. 그러나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지난 6일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238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준우승만 9번 했고 우승은 없었다.

우승 전까지 가장 많은 준우승을 한 선수이자, 우승 없이 KLPGA투어에서 30억원 이상을 번 유일한 선수였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독기가 부족하다’, ‘뒷심이 달린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마침내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한을 푼 최예림을 최근 만나 그동안 겪은 아픔과 극복해 낸 과정을 들어봤다.

최예림은 무관의 시간 동안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상처는 깊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많이 힘들었다. 골프 하기가 싫고 내 능력에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보기엔 다 잘하는데 결정적일 때 못해서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면서 “성공의 기억보다 실패의 기억이 더 많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정말 울지 않고 지나간 시즌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우승을 못하면 실패라는 시선과 자기학대도 최예림을 힘들게 했다. 그는 “다들 10위 안에 들면 성공한 대회라면서도 정작 준우승을 하면 실패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선두권에 있어도 ‘기회가 있다’는 생각보다 ‘또 못할 거야’라며 의기소침하고 나 자신을 패배자라고 깎아내리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정적 굴레를 벗어난 결정적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큰 시련이었던 부상이었다. 데뷔 이후 해마다 상금 수령액이 늘어나는 우상향의 최예림은 지난해에는 내리막을 탔다. “재작년 11월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났어요.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찢어졌고, 걷지도 못할 만큼 부상이 심했습니다. 지난해 7월 용평 대회 때도 경기 도중 또 허리 근육이 찢어졌습니다. 연습을 할 수도 없고, 안 하자니 불안한 총체적 난국의 시즌을 보내며 ‘이대로 은퇴하나’ 싶었습니다.”

시련은 반전의 기회가 됐다. 그는 “우울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생각을 바꿀 기회가 됐다. 내가 골프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아프니까 골프가 너무 치고 싶고, 코스에서 잔디를 밟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그때 느꼈다”고 설명했다.

준우승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올해 연장전에서 지고 준우승을 했을 때, 예전처럼 자책하기보다 ‘괜찮아, 돈 많이 벌었잖아.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어’라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격이 밝아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커졌다”고 말했다.

과거 하이트, SK네트웍스, 대보 등으로 스폰서가 자주 교체됐을 때의 심경도 밝혔다. “‘우승을 못해서 버림받는구나’라는 생각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곳에 가서 우승하면 후회할 걸’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썼다”고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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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림이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공의 방향을 쫓고 있다. KLPGA 제공.
최예림이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공의 방향을 쫓고 있다. KLPGA 제공.


최예림은 특히 이번 시즌 들어 전에 없던 ‘독기’를 장착한 것도 우승 갈증을 씻어낸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뭘 해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체육관에서 역기를 15번 들어야 한다면 13개만 하고 ‘힘들어서 못해’라며 놔버리는 식이었다”면서 “골프를 떠나 일상생활에서부터 뭐가 됐든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독기’는 이번 시즌 단 한 차례 대회도 거르지 않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예림은 “시즌 초반에 의욕이 너무 과잉됐고, 힘이 들어가면서 컷 탈락을 너무 많이 했다. 정신을 차리고 올해 전 경기 출전을 결심했다”면서 “사실 대회에 나와서 코스에서 감을 익히고 샷을 가다듬는 게 더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기술적인 보완도 있었다. 꾸준했던 볼 스트라이킹에 비해 아쉬웠던 퍼트를 잡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7월까지 퍼팅 레슨을 따로 받았다. 퍼팅 부진의 원인이던 불필요한 동작을 교정하면서 퍼트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무관의 꼬리표를 뗀 최예림의 다음 목표는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 다르다. 최예림의 브랜드나 다름없던 ‘꾸준한 선수’라는 타이틀 대신 결정력을 갖춘 승부사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는 “프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를 추구했고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독하고, 우승을 많이 할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꽉 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선두에 나섰을 때 ‘최예림은 틀림없이 할 거야’라고 인정받는 승부사로 남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권훈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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