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저도 자본과 결혼했지만… 질문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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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9-22 00:36
입력 2026-09-22 00:36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한 이유

해고·파업 넘어 노동 시각 바뀌어
복잡한 현실 여러 층위에서 말해
수상 좋지만 관객들 수용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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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조여정, 이창동 감독, 배우 설경구가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언론시사회에서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화는 2주 동안 일부 영화관에서 개봉하고,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뉴시스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조여정, 이창동 감독, 배우 설경구가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언론시사회에서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화는 2주 동안 일부 영화관에서 개봉하고,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뉴시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닥친 문제를 단순하고 쉽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의 영예를 안고 한국에 돌아온 거장 이창동(72) 감독이 21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만든 이유를 소개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 감독과 주연 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자리했다. 미국 일정 중인 전도연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 감독은 “10여년 전 대기업에서 대량 해고, 파업, 강제진압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아 영화를 만들려 했다. 그러나 당시엔 내가 얼마나 그들과 가까운지, 정직한지 확신이 없어 접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노동의 문제가 해고와 파업이 아닌, 노동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자체가 바뀌었다. 여기에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 부부를 포함시키면서 비로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으로 국내 공개된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이 호석의 전 직장 동료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상우(조인성) 부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예지는 노동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며 호석 부부에게 인터뷰를 제안한다. 인터뷰를 꺼리는 호석과 달리 미옥은 예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미옥은 예지의 촬영을 돕는 상우와 마주치며 어느새 호감을 지니게 된다. 영화는 두 부부를 통해 해고 노동자, 계급 갈등, 영화감독의 윤리와 태도, 사람 관계를 담아낸다. 특히 여러 메타포(은유)를 이 감독 특유의 사실주의에 녹여 2시간 44분을 팽팽하게 끌고 간다.

이 감독은 예지라는 인물에 대해 “영화감독으로서 저도 자본과 결혼하고 사는 삶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뭔가 남의 고통을 탐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진실로 다가서고, 정말로 남을 사랑하는 게 가능한가 이런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영화에서 예지는 인터뷰를 거부하는 호석의 마음을 열고자 서해안에 있는 상우의 별장으로 다 같이 여름휴가를 가자고 제안한다. 이곳에서 각자의 숨은 욕망이 폭발한다. 특히 미옥과 호석이 펼치는 바닷가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응축한 명장면이다. 전도연은 “자신의 가족의 가치,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앗아가려는 상황에 놓인 미옥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이를 지키려는 신”이라고 소개했다.



‘가능한 사랑’은 뉴욕, 산세바스티안, 취리히, 밴쿠버, BFI 런던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제99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이 감독은 잇단 수상에 대해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상은 결과물일 뿐”이라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 줄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영화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세줄 요약
  • 베니스 은사자상 뒤 신작 ‘가능한 사랑’ 공개
  • 해고 노동자와 감독 부부로 노동·계급·윤리 탐색
  • 이창동, 상보다 관객의 수용과 해석을 강조
2026-09-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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