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목표 처음 뺐다…인구 줄어도 돌아가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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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10-14 16:41
입력 2026-10-14 14:11

삶의 만족도·경제활동참가율 새 목표…인구 예산도 조율
첫째 1000만원·아동수당 월 20만원…결혼 페널티 손질
청년 돌봄직 10만명 양성…임금·고용 조건은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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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인구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오 인구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출산율 목표치를 뺀 국가인구전략을 내놨다. 출산율이 반등해도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고용·돌봄·주거 등 국가 시스템을 ‘인구 감소 적응형’으로 바꾼다. 출산율 수치에 매달려 막대한 재정을 쏟던 관성에서 벗어나 인구가 줄어도 사회가 작동하도록 판을 다시 짜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4일 대통령 주재로 인구전략위원회(인구위) 본회의 겸 인구 비전 선포식을 열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인구전략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된 뒤 마련한 첫 계획으로 2030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정책 방향을 담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생률이나 인구 규모 같은 양적 성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인구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구 변화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 목표치 빼고 삶의 질·경제활동에 초점오늘 태어난 아이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최소 20년이 걸린다. 출산율이 당장 반등해도 누적된 저출생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달라진 인구구조에 맞춰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진오 인구위 부위원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출생률이 당장 반등해도 저출생 누적으로 장기간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피하기 어렵다”며 “고용 형태와 생활 방식이 변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줄어든 인구구조와 달라진 사회 트렌드를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 지표로는 출산율 대신 삶의 만족도와 경제활동참가율을 삼았다. 삶의 만족도는 지난해 6.6점에서 2030년 7.0점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71.8%에서 74.0%로 높인다. 출산·양육 지원은 이어가되 국민의 삶의 질과 경제활동 참여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인구위의 예산 조율 기능도 강화한다. ‘예산 사전협의제’를 시행해 예산안 확정에 앞서 각 부처 인구 관련 사업의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를 협의하고 기획예산처에 의견을 제출한다.

첫째 1000만원·둘째 1200만원…아동기본수당 월 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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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그래픽. 서울신문 DB
AI 생성 그래픽. 서울신문 DB


계획에는 청년 생애과정 지원, 품격 있는 노년 보장, 기술혁신 기반 역량사회 실현, 열린사회 상생시스템 구축 등 4대 분야 117개 기본과제를 담았다.

출산·양육 지원은 기존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아동수당을 ‘아이맞이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으로 확대 개편한다. 아이맞이지원금은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이다. 아동기본수당은 월 20만원을 기본으로 지방 우대 월 10만원, 0~1세 가정 보육 월 30만원을 추가한다.

육아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특수고용근로자·프리랜서·1인 자영업자에게는 내년부터 월 50만원씩 3개월간 최대 150만원의 육아수당을 지원한다. 근로자가 직무와 양육 상황에 맞춰 유연근무를 선택하는 ‘유연근무 선택제’ 도입도 추진한다.

역세권 등 선호 입지에는 청년·신혼·양육 가구 공공주택 57만 1000호를 공급한다. 만 39세 이하 청년이 생애 최초로 4억원 이하 비아파트 주택을 구입하면 최대 2.1%포인트 금리를 우대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신설한다.

‘결혼 페널티’도 손질한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혼부부 정책대출 요건을 완화한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미혼 청년이 결혼으로 소득·자산 기준을 넘어도 재계약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청년 돌봄직 10만명 구상…보수·고용 조건은 미정돌봄 인력난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함께 풀 대책도 내놨다. 인공지능(AI)·돌봄 로봇·보조기구를 다루는 청년 전문인력 10만 명을 양성해 인구감소지역 등 돌봄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을 스마트홈 관리, 시설 돌봄 기술 운영, 종사자 교육 등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과 내후년 인력 양성과 실증·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이후 본격 배치한다.

다만 새로운 전문직을 만드는 것만으로 청년의 지역 정착을 이끌기는 어렵다. 청년이 돌봄 현장을 선택하려면 임금·처우와 주거·생활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10만 명 양성의 목표 기간과 소요 예산, 보수 수준, 고용 형태가 제시되지 않았다. 청년을 끌어들일 구체적인 노동 조건은 후속 협의로 남긴 셈이다.

이주민 정책은 인력 유치에서 정착 지원으로 범위를 넓힌다. 국내에서 태어나 자란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을 위한 출생등록제 도입과 외국 국적 영유아 보육 지원을 검토하고 기술·직업교육 기회를 확대한다. 고교 졸업 후 취업이나 대학 진학을 거쳐 거주·영주 자격을 신속히 취득할 경로도 검토한다. 우수 유학생 등의 신속 거주·영주·귀화 경로 확대도 추진한다.

다만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적지 않은 만큼 체류 자격과 복지 지원 범위, 재정 부담을 둘러싼 쟁점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현정 기자
세줄 요약
  • 출산율 목표 삭제, 인구 감소 적응형 전환
  • 삶의 만족도·경제활동참가율 새 핵심 지표
  • 아이맞이지원금·주거·돌봄 등 117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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