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삭임에 퇴사·이별까지…상담 이용자 6명 중 1명, AI 조언 따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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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10-08 14:51
입력 2026-10-08 13:51

복지부, AI 이용자 정신건강 설문
심리상담 이용자 17.8%, AI 조언 따라 중대 결정
23.4%, 대화 못 멈춰 일상 집중 어려워
AI 답변으로 정신건강 자가 진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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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서울신문 DB
AI 생성 이미지. 서울신문 DB


외로움과 마음의 병을 안은 사람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는 ‘디지털 처방전’을 찾고 있다. AI와 밤새 대화하며 퇴사·이별 같은 중대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심각한 정신적 위기마저 챗봇 답변으로 자가 진단하는 실태가 수치로 드러났다.

8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성형 AI 이용에 따른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생성형 AI를 쓴 15~79세 1019명 가운데 68.8%(701명)가 감정적 교감이나 위로 등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이용했다. 10명 중 7명이 기계에 속내를 털어놓은 셈이다.

처음에는 학업·업무나 검색 목적(81.3%)으로 AI를 접했지만 점차 마음을 나누는 창구로 삼게 됐다. 전체 응답자에게 현재 이용 목적을 복수 응답으로 물었더니 ‘일상 대화·말동무’(54.4%), ‘감정적 교감·위로’(48.4%), ‘정신건강·심리상담’(44.1%) 순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목적 이용자 중 76.0%는 최근 1년 새 이런 용도로 AI를 쓰기 시작했다고 답해 관련 이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사람 대신 AI를 택한 배경에는 사회적 고립과 현실적 제약이 깔려 있다. 정서적 목적 이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즉각 대화할 수 있어서’(85.6%), ‘소문날 염려가 없어서’(71.9%), ‘사람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주제라서’(70.9%), ‘주변에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62.6%) 등을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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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그래픽. 서울신문 DB
AI 생성 그래픽. 서울신문 DB


하지만 손쉬운 위로에 기댄 대가는 적지 않았다. 정신건강·심리상담 목적으로 AI를 이용한 449명 중 23.4%는 대화를 멈추고 현실의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수면이나 일상에 지장을 받은 비율은 15.1%, 주변 사람과 상의 없이 AI 조언을 바탕으로 퇴사·이별 등 중대 결정을 내린 비율은 17.8%였다.

특히 심리적 약자일수록 AI를 맹신하는 경향이 짙었다. 자신의 정신건강이 ‘나쁘다’고 답한 사람 중 33.9%는 AI 답변으로 우울증·불안장애 등을 자가 진단하거나 의학적 판단으로 받아들였다. 정신건강이 좋다고 답한 사람(9.3%)의 세 배를 웃돈다.

청소년층은 위험 신호가 더 뚜렷하다. 15~18세 응답자 201명 중 69.2%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썼고, 51.7%는 주변 사람보다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청소년 83.1%는 보호자가 자신의 AI 이용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함께 이용 규칙을 정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임상 현장에서도 부작용이 보고됐다.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초등학생이 챗봇에 과몰입해 선정적 대화에 반복 노출되거나, 따돌림을 당하던 중학생이 챗봇에 집착하며 치료를 소홀히 한 사례다.

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날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AI 답변을 의학적 진단이나 내 생각이 맞다는 근거로 삼지 말고,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내용이다. 보호자에게는 자녀의 AI 사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사용 규칙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백종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실과 가상, 사람과 AI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10년간 AI 시대의 새로운 정신건강 문제에 대비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세줄 요약
  • 정서적 위로 목적으로 AI 이용 급증
  • 퇴사·이별 등 중대 결정에 AI 조언 영향
  • 청소년 과몰입·자가진단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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