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수사 혼선 ‘AI 해킹’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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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기자
수정 2026-10-06 00:49
입력 2026-10-05 22:59

경찰, 닷새째 정식수사 대신 내사
중수청, 경찰 정식 통보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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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을 겨냥한 광범위한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역량과 공조 체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사건 인지와 이첩이 지연되면서 수사기관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뉴스1
금융권을 겨냥한 광범위한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역량과 공조 체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사건 인지와 이첩이 지연되면서 수사기관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뉴스1


초유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중은행 동시다발 해킹 사건이 알려진 지 닷새째인 5일에도 수사기관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경찰은 여전히 내사 단계이고, 중대범죄수사청은 경찰 통보만 기다리면서 정식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과거라면 곧바로 금융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이뤄졌을 사안이다. “엄중한 인식을 갖고 철저히 조사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무색할 정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시중은행 등 금융권 해킹 사건에 대해 지난 1일부터 내사를 이어 가고 있다. 피의자 특정이나 피해 규모 등 범행 실체가 명확해지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사이버범죄는 중수청이 맡는 7대 중대범죄에 포함된다. 중수청법 시행령에 따르면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를 인지할 경우 중수청장에게 즉시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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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찰은 이 대통령이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에 보안 점검을 주문했는데도 아직도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해킹이 이뤄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격했는지, 범행 개연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수사 인지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인지가 늦어지면서 중수청 통보 절차도 멈춰 섰다. 통보가 오더라도 중수청장은 원칙적으로 7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할 수 있다. 수사기관 간 역할 분담이 수사의 발목을 잡으면서 중수청 출범 직후부터 수사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수청이 경찰 통보만 기다릴 게 아니라 경찰과 협의해 내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통보 시점 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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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을 겨냥한 광범위한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역량과 공조 체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사건 인지와 이첩이 지연되면서 수사기관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5일 중구 중수청의 모습. 홍윤기 기자
금융권을 겨냥한 광범위한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역량과 공조 체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사건 인지와 이첩이 지연되면서 수사기관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5일 중구 중수청의 모습.
홍윤기 기자


중수청은 일단 본청 과학수사국과 서울중수청을 중심으로 대비에 들어갔다. 중수청 관계자는 “통보가 오면 공백 없이 진행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수청은 지난 2일 청장이 공석인 채 문을 연 데다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갖추지 못해 경찰청 시스템을 함께 쓰고 있다. 해킹 등 사이버범죄는 중수청의 수사 대상이지만 경찰이 먼저 수사에 나선 건 ‘개문발차’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더라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해킹 사건은 초기 로그와 접속 기록 확보가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과거에 금융권 해킹이나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 검찰은 초기부터 전담팀을 꾸려 대응했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 수사관을 보내 문제의 노트북과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임강빈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 로그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데이터로 덮이면서 수사기관이 분석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긴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중수청이 경찰 통보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 수사에 나서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내사 단계에서 해커 로그 접속 기록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중수청은 서울·수원·대전지방청에 보이스피싱·금융·가상자산·마약·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과 5곳을 신설해 과거 합동수사본부의 역할을 맡기로 했지만 아직 밑그림 단계다. 또 다른 중수청 관계자는 “다 정비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수사기관 출범 초기에 사건 관할을 두고 혼선이 빚어진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사건 이첩을 두고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관할 다툼을 조정할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신설했지만 시행은 2027년 2월이다. 그 전까지는 기관 간 협의 외에 사건 배분을 강제할 장치가 없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필성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중수청과 경찰이 서로 눈치를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웅 변호사도 “제도적으로 구멍이 있는 곳은 사람이 부지런히 뛰면서 메울 수 있도록 조정 작업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주환·유승혁·박다운 기자
세줄 요약
  • AI 해킹 사건, 경찰 내사 단계 지속
  • 중수청 통보 대기, 수사 착수 지연
  • 초기 로그 확보 지연, 증거 소실 우려
2026-10-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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