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청와대에 보내온 통지문에 담긴 표현이다.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대응으로 평가됐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는 ‘관계 관리’ 성격이 짙었다는 해석도 많았다.
6년 뒤인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는 우리 군 장병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것으로 판단된 지뢰에 중·경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북측의 고의성을 단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건의 파장을 지나치게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일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이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며 “적어도 군사분계선(MDL)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측정하는 일을, 소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로서는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처럼 북측이 유감이나 재발 방지 의사를 밝히며 상황을 관리할 여지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최종 조사결과 발표 전에 북측의 호응이 있다면 남북 간 소통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했을 것이다.
또 북미 대화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강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북미 대화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제약받을 수 있어 대북 확성기 재개는 현실적인 접근법이 아니란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6년 전과 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은 변수다. 당시 북한에는 남북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사과나 유감 표명, 이를 계기로 한 대화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것과 우리의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는 책임을 분명히 묻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장병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보완할지,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지도 국민 앞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사고 직후부터 이 점을 분명하게 하지 못한 채 대화 필요성만 부각한 점은 아쉽다.
이는 군의 사기와 국민의 불안감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북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때 군의 대비태세와 대응 능력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경고 메시지를 병행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인내’를 강조했다. 인내는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리도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대응 의지마저 흐릿해 보여서는 안 된다.
이주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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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정치부 기자
2026-10-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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