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지뢰 도발, 철저 규명과 국민 납득할 조치 뒤따라야
수정 2026-09-30 00:31
입력 2026-09-29 21:22
단호히 대응해야만 ‘음모론’ 불식돼
전면 실태 조사, 확성기도 고려해야
홍윤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진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며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지뢰 폭발 원인은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은 지뢰가 북한이 매설한 것인지, 유실에 의한 것인지 최종 판단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장병들에게 중상을 입힌 2개의 지뢰는 DMZ 남쪽 10m 지점에서 터졌다. 어제 3일차 현장조사에서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또 다른 ‘수지 반보병 지뢰’가 발견됐다. 사고가 난 25사단 관할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는 2024~2025년 북한군의 전차방벽 설치 및 지뢰 매설 작업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유실보다는 북한군의 의도된 매설일 가능성이 큰 정황들이다.
더욱이 사고 지점은 북한군의 지뢰 매설 추정 활동으로 지난해 9월 위성 등을 통해 지형변화가 관찰된 곳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 북의 지뢰 추정 도발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면서 “북한 매설 지뢰로 보이며, 합당한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정부는 북한군 소행임을 지체 없이 밝히고 대북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다. 이번 사고 직후에도 현장 장병들로부터 북한 목함지뢰로 추정되는 물체를 봤다는 진술과 유엔사의 신속 합동조사 요청이 있었다. 그럼에도 안전확보 등을 내세운 군의 입장에 따라 현장조사가 늦어졌다. 야당은 “대북 대화에 초점을 맞춘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지난 22일) 등을 의식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북송금 사건의 열쇠를 쥔 북한 눈치보기”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생때같은 장병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음모론이나 정쟁에 활용하려 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불신의 불씨를 던진 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사건 발생 초기 군당국은 부실한 브리핑 등으로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불필요한 의혹을 없애고 유사한 도발을 막는 길은 북한이 MDL 일대에서 벌여 온 ‘국경선화’, ‘요새화’ 작업 실태를 전면조사하고 도발에 상응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다. 확성기를 다시 틀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이런 도발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님을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원칙 잃은 대화는 굴종일 뿐이다.
2026-09-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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