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중 230만원만 돌려받아”…피싱 피해금, 코인 거래소에 묶였다
정회하 기자
수정 2026-09-30 00:16
입력 2026-09-29 22:32
가상자산 계좌 지급정지 요청 못 해
1137명에 피해액 69% 263억 환급
내일 ‘피해환급법’ 거래소도 적용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수법엔 한계
제주에 사는 50대 자영업자 이모씨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주식 전문가’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고 약 7000만원을 송금했다. 뒤늦게 피싱 범죄임을 깨닫고 신고했지만 경찰 도움을 받고서도 건진 돈은 고작 230만원이었다. 피해금이 범인의 가상자산 계좌에 묶인 탓이었다. 이씨는 “지금은 신용불량 직전에 놓인 상태라 연일 자책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과 금융기관의 보이스피싱 대응 강화로 피해액이 크게 줄었지만, 범죄수익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흘러가거나 신종 사기수법이 활용된 경우엔 피해 회복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에 묶여 있던 피싱 범죄 피해금 약 263억 7000만원을 피해자 1137명에게 돌려줬다고 29일 밝혔다. 확인된 피해액 약 381억 8000만원의 69.1% 수준으로, 나머지 30.9%는 환급이 요원한 상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그간 은행과 달리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이에 계좌정보 공유·지급정지 요청 등의 법적 근거가 없어 피싱 범죄 피해금을 환급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입법 공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회는 지난 3월 가상자산 거래소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했고, 다음 달 1일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법 공백 기간인 2023년 4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 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을 통해 피해자를 특정하고 70%에 가까운 금액을 환급 조치했으나 이미 처분된 피해금은 사실상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8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56억원) 대비 56.3% 줄었다. 8월 한 달은 257억원으로 전년 동월(1090억원) 대비 76.4% 감소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수법의 경우 현행법상 계좌 지급정지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 확산을 즉각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관계기관·금융권과 ‘신종스캠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신·변종 사기를 포괄하는 ‘전기통신 이용 다중피해사기 방지법’ 입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회하 기자
2026-0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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