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진실의 순간’ 드러낼 검찰개혁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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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기자
박성원 기자
수정 2026-09-29 00:59
입력 2026-09-29 00:14

“李 검찰개혁, 국민 속여” 柳 독설
“내란세력에 전전긍긍” 秋 공세
시작부터 ‘흔들’ 중수청·공소청
“무리한 공소취소 없어” 선언을

“우리가 생각한 검찰개혁과 완전히 다르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다.”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을 놓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검찰개혁 목표의 최대치였다”고 말한 것을 직격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실제로는 수사·기소 분리 정도가 아니라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제도적으로 관철시켰다. 검사의 수사권 박탈,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에서 검사의 수사 관여 가능성 철저히 차단 등등. 이 대통령은 경찰에만 수사를 맡겼을 때의 위험성에 대비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지만,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마저도 묵살됐다.

그런 이 대통령이 유 작가의 독설을 접했을 때 황당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멕시코 동포간담회에서 “개혁을 너무 급하게 추진하면 반동을 맞을 수 있다”고 한마디 했겠나.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개정 무산을 거론했다. 여야 간 국가보안법 개정에 거의 합의가 됐는데, 열린우리당 소속 유시민 의원 등의 보안법 전면 폐지라는 강경 주장에 막혀 결국 법개정마저 무산됐다는 것이다.

앞서 추미애 경기지사도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세력에 업혀 전전긍긍한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에 ‘검찰개혁에 반대했던 검찰주의자’ 김지용 전 대검 형사부장을 내정했다며 공세를 퍼부은 것. 김 후보자는 “검찰개혁에 반대한 적 없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검찰 출신 김 청장후보자에 대한 여당 강경파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대통령을 흔들어대는 여권 내 야심가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질 조짐이다. 이 대통령이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공세를 차단하고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맞고 있는 더 큰 위협은 강경개혁파의 검찰개혁론이 아니다.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이후 경찰수사에 대한 실질적 견제 시스템이 사라진 세상에서 국민이 겪게 될 피해와 혼란, 이로 인한 민심이반이야말로 임기 중반 이 대통령에게 더 치명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정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 대행은 지난 23일 첫 출근길에 이 대통령 형사사건 공소취소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진상조사가 진행 중에 있어서 그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 산하에 가동 중인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공소취소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 진상조사단은 쌍방울 대북송금,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 6건이 포함된 19건을 조사하고 있다. 초대 공소청장으로도 거명되는 이 대행 발탁을 놓고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사전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공소청은 출발부터 공정성·중립성 위반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공소청과 동시에 다음달 2일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중수청장 임명 자체가 정치바람에 흔들리는 데다가 수사와 법리에 정통한 검사 출신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거악척결은 물론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렇게 되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청을 없애고 검사 수사권을 박탈한 목적이 결국 검찰을 악마화하고 이 대통령 재판을 지우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논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공적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무리한 공소취소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78년간 지속돼 온 형사사법체계를 허물어 경찰과 중수청에 수사권을 몰아준 검찰개혁. 그 시행으로 어떤 세상이 올 것인지 확인하게 될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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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논설위원
박성원 논설위원
2026-09-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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