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조사 추석 뒤로 밀렸는데, 오늘 비…‘유실이냐 北 매설이냐’ 흔적 사라지나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9-25 10:07
입력 2026-09-25 10:07
세줄 요약
- 파주 DMZ 지뢰 추정 폭발 뒤 합동조사 연기
- 안전 확보 우선 논리와 증거인멸 논란 충돌
- 오늘 비 예보로 현장 흔적 훼손 우려 확대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5일에도 유엔군사령부와의 합동 현장조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안전 확보 후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는 군 계획에 따라, 일정은 추석 연휴 뒤로 밀렸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4일 “연휴 기간 중 전쟁 나도 연휴 쉬고 싸울 것이냐”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북한군에게 증거인멸할 시간이라도 주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 날 밤 “현장조사를 미적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조사단의 안전을 확보한 뒤 현장에 들어가야 하며 유엔사도 사전 안전대책의 필요성에 공감해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파주를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25일 오후부터 비가 예보됐다. 사고 전 현장을 보여주는 감시영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지뢰의 매설·유실 경위를 판단할 현장 흔적이 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軍 “안전대책 먼저, 유엔사도 공감”군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유엔사는 사고 다음 날인 22일 현장조사를 추진했지만 현장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권은 우리 군이 유엔사 조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유엔총회와 추석 연휴를 의식해 조사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합참은 합참차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별도 조사 인력을 편성해 훈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진입로를 구간별로 점검하고 감시·통신 상태를 재확인하는 한편 유엔사와 조사 임무분장도 조율하고 있다. 장병들이 한 차례 지나온 길에서 두 번째 폭발까지 난 만큼 진입로에 추가 지뢰가 있는지 확인한 뒤 조사단을 투입하겠다는 설명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뢰가 추가로 매설돼 있을지 모르는 땅에 한 걸음씩 조심을 다해 안전을 확인하며 길을 내야 한다”며 “전투태세와 사고 현장 감식을 뒤섞는 일은 부하를 죽음의 길로 전진하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군 자체 조사는 진행 중이다. 군은 폭발물 파편과 화약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고 보디캠 영상과 지휘·통신 기록, 장병 진술도 분석하고 있다.
2015년엔 기존 통문·TOD…이번엔 새 수색로2015년 파주 목함지뢰 사건 때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단이 사고 다음 날인 5일부터 현장조사에 들어가 6일까지 조사했다. 스위스와 스웨덴 중립국감독위원회 대표들도 참관했다. 조사단은 북한군이 한국군 수색로에 목함지뢰를 최근 매설했으며 비나 토사 유실로 흘러온 지뢰가 아니라고 결론 냈다.
다만 2015년 사건은 우리 군이 평소 수색작전에 이용하던 추진철책 통문 주변에서 발생했다. 반복해서 드나들던 기존 작전로였고 열상감시장비(TOD)에는 실제 폭발 장면도 촬영됐다.
반면 이번 사고는 MDL 가까이에 처음 내던 수색로에서 발생했다. 장병들이 이미 지나온 길에서 두 번째 폭발까지 났다. 합참은 이런 현장 여건을 들어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전 감시영상 없어…오늘 늦은 오후 비일단 군은 이번 사고 원인을 세 갈래로 보고 있다. ▲북한군이 MDL 남쪽에 고의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 ▲북한 지역의 지뢰가 하천을 따라 유실됐을 가능성 ▲과거 아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다.
일각에서는 폭발력과 부상 장병 상태를 고려할 때, 아군 매설 지뢰보다 북한 목함지뢰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고지점이 하천과 인접해 있고 주변에는 경사지도 있어 북한 지역의 지뢰가 물을 따라 내려왔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사고지점은 군 감시·정찰장비로 직접 파악하기 어려운 곳으로, 사고 전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장병들의 보디캠 영상을 확보했지만 여기에는 작전 당시 상황만 담겨 있다.
따라서 폭발구 위치와 토사 상태, 미세 파편 분포, 주변 굴착 흔적 등은 지뢰의 매설·유실 경위를 판단할 단서가 된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은 25일 늦은 오후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 곳곳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국과수에 넘긴 증거물과 군이 확보한 영상·통신기록은 이미 보존돼 있지만, 현장에 남은 토사와 미세 파편, 지표면 흔적은 비가 내리면 위치와 형태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장 증거 훼손 우려가 번지고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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