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 448건 중 인정 사례 0건…“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해야”
정회하 기자
수정 2026-09-26 13:00
입력 2026-09-26 13:00
최근 5년 반 급발진 주장 448건 감정
10건 중 9건꼴로 ‘가속 페달 오조작’
“오조작 방지장치 全 차량 의무화해야”
최근 5년여간 급발진을 주장한 사고 448건 중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속 페달 오조작 관련 사고가 빈번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선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차량 사고는 총 448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고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이 불가능했던 일부 사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페달 오조작’(85.7%)으로 판명됐다. 올해 상반기 급발진을 주장한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6.5세였다.
급발진 주장과 관련한 국과수 감정 건수는 2024년 133건에 달했지만, 대부분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 나자 최근엔 감정 건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대형 교통사고를 낸 이후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례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안성시 녹색장터에서 1t 트럭을 몰다 사망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도 사고 직후 “가속 페달을 제동장치로 착각했다”고 진술했다가 말을 바꿔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는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지난 7월 서울 노원역 인근에서 6중 추돌사고를 내 9명을 다치게 한 60대 B씨 역시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제주 우도에서 승합차를 몰다 3명을 숨지게 한 60대 C씨도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C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법조계는 실제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이 인정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급발진 의심 사례가 미디어 등을 통해 반복해 전해지면서 운전자 진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교통사고 전문 김경환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는 “운전자 본인의 전적인 과실과 차량의 일부 결함은 법정에서 인정받는 사고 책임의 무게 차가 매우 크다”며 “A씨 사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여부 다툼에 앞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7월 승용차(2029년)와 3.5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2030년)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그 전에 생산된 차는 이러한 조항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전방에 장애물이 있으면 가속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차가 앞으로 못 나가게 하는 장치를 기존 차량에까지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춘생 의원도 “급발진 사고 예방을 위해선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확대 등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회하 기자
세줄 요약
- 급발진 주장 448건, 인정 사례는 0건
- 대부분 페달 오조작 판명, 평균 연령 66.5세
- 기존 차량까지 방지장치 의무화 필요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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