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지뢰 매설 정황 알고도 방심했나” 지뢰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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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범 기자
임승범 기자
수정 2026-09-23 13:49
입력 2026-09-23 13:22
세줄 요약
  • DMZ 지뢰 추정 폭발, 작전 실패 지적
  • 북한 매설 정황 인지 후 안전수칙 미준수 의혹
  • 지뢰탐지기 성능·현장 지휘 절차 문제 제기
군 DMZ 대간첩 및 대테러작전 장교 출신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 인터뷰


“북한군의 지뢰 매설 정황과 지형 변화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위험 지역에서 기본적인 탐지 및 안전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명백한 작전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최근 육군 25사단이 관할하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둘러싸고, 국내 지뢰 분야 전문가인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군 당국의 작전 지침 준수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1975년부터 30여년간 군 DMZ 대간첩 및 대테러작전 분석장교로 근무했던 김 소장은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가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 및 탐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작전상의 허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군 당국이 발표한 지뢰 탐지 및 방호장비 착용 해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 군이 보급한 지뢰탐지기(GPR 시스템)는 북한군의 목함지뢰는 물론, 가장 작은 금속물체인 M14 대인지뢰까지 식별해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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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이 지난 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한 대부분의 질의에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공분을 샀다.국방부 정례브리핑 화면 캡처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이 지난 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한 대부분의 질의에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공분을 샀다.국방부 정례브리핑 화면 캡처


장도영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은 지난 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작전 병력은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수색로 개척 작전을 진행 중이었으며, 작전 중에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군이 서부전선 MDL 인근의 지형 변화를 식별하고,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와 협의해 왔다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소장은 “북한의 목함지뢰는 외형이 나무 상자이지만, 내부 뇌관과 내완에 금속 쇠붙이가 약 8g 이상 들어가 있어 시중의 일반 금속탐지기로도 10cm 이상 거리에서 명확한 경고음이 울린다”며 “지뢰탐지기를 휴대하고 정상적인 매뉴얼에 따라 서베이(표면 조사)를 진행하며 수색로를 개척했다면 탐지하지 못할 지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 지역인 DMZ에서 수색대대장을 포함한 대원들이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사고가 났다면, 현장에서 지뢰탐지기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았거나 선두 진입 과정에서 안전 지침을 생략하고 이동했을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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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 최전방인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작전 중에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군 당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진실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 최전방인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작전 중에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군 당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진실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김 소장은 최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으로 내려와 지형을 변형하고 지뢰를 재매설하는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군 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이번 사고의 주요 배경으로 지적했다.

김 소장은 “DMZ 내 좌표 체계의 역사적 상이함과 폭우 등으로 인한 지질 변화 때문에 수색 경로는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북한군의 지뢰 매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수색로 개척 작전에 들어갔다면 더욱 엄격한 안전 수칙이 적용되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 소장은 이번 폭발의 파괴력과 부상 양상을 바탕으로 과거 우리 군이 매설해 둔 살상용 대인지뢰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김 소장은 “북한의 목함지뢰일 가능성도 있지만, 60~70년대에 우리 군이 매설한 대인지뢰(M3 등)가 마사토 지형 등에서 습기를 피해 여전히 파괴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지뢰 종류를 불문하고 수색 작전 시 정해진 매뉴얼만 준수했다면 사전에 식별하고 폭발물 처리반(EOD)을 통해 회피하거나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군 당국이 사고 원인과 정황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국민과 장병 가족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DMZ는 단 한 순간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공간”이라며 “이번 사고는 지뢰 탐지와 식별이라는 기본 수칙을 경시한 안일함에서 비롯된 안전사고이자 작전 실패”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전방 부대의 지뢰 탐지 교육훈련을 재점검하고, 현장 지휘관부터 매뉴얼을 엄격히 준수하는 작전 군기를 확립해야만 유사한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임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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