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늬만’ 지출 구조조정 끝낸 정부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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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9-22 00:37
입력 2026-09-22 00:37
공무원 하면 ‘철밥통’과 ‘복지부동’이 떠오른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자리를 지키니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사고를 피하려면 하던 일만 계속하면 된다. 문제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뀐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사업을 없애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지출 구조조정이 안 되는 이유를 모두 공무원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업은 의외로 찾기 어렵다. 더 필요한 사업과 덜 필요한 사업이 있을 뿐이다. 그 순서도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다. 사업을 만들면 박수를 받지만 없애면 항의받는다. 지출 구조조정이 어려운 이유다.

역대 모든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뜯어보면 ‘무늬만’ 구조조정이었다. 지급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어차피 종료되는 사업을 명단에 올린다.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정부도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를 공개하지 못했다. 첫째는 포장지만 지출 구조조정이란 사실이 드러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둘째는 관련 당사자로부터 욕을 먹을 수 있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2027년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를 공개한 건 의미가 있다. 지난해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의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 공개 요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리스트 공개를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올해에는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를 단순히 공개만 한 것에 이어 이번 2027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무엇을 구조조정으로 집계했는지 유형을 제시하고 사업별 금액을 공개했다.

그야말로 역대 압도적 최대인 38조 6000억원의 재량지출을 절감하고 69조원의 의무지출까지 절감했다. 56개 거의 모든 기관에서 전체 5989개 항목이다. ‘우선순위 조정’이 2479개로 가장 많았다. 모두 나쁜 사업이어서 줄인 것이 아님을 정부가 밝힌 셈이다. ‘낭비를 줄였다’는 구호를 넘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교육교부금이다. 정부는 내국세 연동 방식을 55년 만에 개편했다. 세수에 따라 움직이던 배분 공식에 경제 규모와 학생수를 넣겠다는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다만 32조 5000억원 감축은 전년 대비 삭감이 아니다. 제도 개선 전 소요액과의 차이가 구조조정 실적이다. 산정 공식의 변경 효과로 봐서도 안 된다. 목록 공개 덕에 이런 구분도 가능하다.

좋은 목적의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는 10조 3000억원에서 5조 300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밝힌 사유는 집행 부진이다. 이용하기 어려워 돈이 남는다면 제도를 고치고, 수요보다 많이 잡았다면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은 주거 안정이지 지난해 예산액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전기차 충전시설, 하수관로 정비 사업도 집행 부진으로 삭감됐다.

물론 모든 감액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지방교부세를 제도 개선 전 소요보다 30조 5000억원 줄이는 조정은 과하다고 본다. 공개의 가치는 정부가 항상 옳다는 데 있지 않다. 잘못된 판단을 찾아 고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산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존재한다. 문제가 남아 있으면 계속하고 해결되면 끝내며 더 나은 방법이 생기면 바꾼다. 이것이 ‘문제 해결형 예산 제도’다. 그런데 행정에선 지난해에 했다는 사실이 올해도 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관성을 거슬러 기준과 목록을 공개한 정부와 공무원에 박수를 보낸다. 잘못된 감액은 고치면 된다. 접시를 깰까 봐 설거지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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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6-09-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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