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아쉬운 ‘서울 집값 평탄화’ 인식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수정 2026-09-22 01:36
입력 2026-09-22 00:36

강남 약간 하락, 강북은 급상승
‘평탄화’라기엔 주거 불안 확산
굳은 의지와 확신 찬 정책 넘어
임차인 고충 보듬는 공감 대책을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강남을 포함한 지역에 하락이 시작돼 계속 확산하고 있다.…(서울 집값이)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동산 시장 진단은 여전히 단호했지만 이에 대한 현장 반응은 당혹감에 가까웠다. 결국 같은 날 오후 청와대는 “‘일종의 평탄화’라는 발언은 가격 변동 추이에 대한 설명”이라며 “정부는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집값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는 시장의 흐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지난달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서초구의 아파트 가격은 6주 연속 하락폭을 키웠다. 올해 1월부터 9월 둘째 주까지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7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승률 7.94%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다.

강남·서초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고점보다 크게 떨어진 사례가 나왔다. 강남구 압구정동 전용면적 183.41㎡는 지난해 12월 128억원에서 지난달 97억 3000만원으로, 개포동 전용 172㎡는 지난 4월 71억원에서 이달에 60억원으로 몸값을 낮췄다.

강남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지금이 강남 집을 사기 좋은 때”라며 값을 내린 매물을 소개한다. 상당수가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령층이 내놓은 것들이라 거래 과정에서 조금 더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도 귀띔한다. 그러나 그만한 돈을 감당할 실수요자가 얼마나 있을까. 실제 거래량도 매우 저조하다.

강남 너머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올해 들어 성북구의 아파트값은 14.01%나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79%)의 8배에 가깝다. 서대문구(11.45%), 강서구(11.35%), 구로구(11.32%)를 비롯해 8개 자치구의 상승률이 이미 두 자릿수를 넘었다. 이들 지역에선 한 달 만에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오른 거래들이 속출했다. 대부분 ‘국민 평형’ 미만의 중소형 단지다.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이렇게 낮게 돼 있었는데 여기(강남)는 내리고 여기(외곽 등)는 살짝 오르는” 추이를 두고 ‘평탄화’라는 단어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주거가 불안정해진 탓이다. 강남 꼭대기가 낮아지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무주택·서민들이 딛고 선 평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임대차 시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9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7.79%로 지난해 같은 기간(1.66%)보다 4.7배 가까이 높다.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1년 새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3% 이상 줄었다.

실거주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 기조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전세 세입자들은 갈 곳을 잃고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 매수자는 대출 한도를 확보하고 매도자는 호가를 높이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비워 두는 공실 매매로 전월세 물건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매매와 전세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월세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평균 월세는 131만 3000원으로 집계됐는데,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아직도 전세는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는지’라는 물음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나”라며 질문의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잘못된 질문이라면 바로잡고, 전셋값 상승으로 살던 집에서 나가야만 할 처지인 임차인의 고충을 어루만질 만한 답변을 내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어쨌든 부동산 관련 메시지는 ‘이 정부는 합니다’라는 자신감으로 다시 마무리됐다. 투기 공화국 탈출, 부동산 시장 안정, 최대한 신속하게 늘려 나갈 공급. 다시금 강조되는 의지와 확신이 당장 주거 사다리를 놓칠까 봐 가슴 졸이는 이들의 불안을 덜어 내고 주거비 부담으로 고단한 일상을 품는 방향으로 향해야 비로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이미지 확대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2026-09-22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