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연착, 훈련장 사용 펑크… “스미마셍” 연발하는 매뉴얼의 나라 [나고야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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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21 00:38
입력 2026-09-20 21:56
세줄 요약
  • 버스 지연과 훈련장 차질, 현장 혼선 확산
  • 자원봉사자 사과 반복, 매뉴얼과 실전 괴리
  • 일본식 문서 행정의 정교함과 운영 허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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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 행사가 끝난 일본 나고야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많은 인파가 불만 속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작은 사진은 배구 경기가 열리는 아이치현 파크 아레나 고마키 인근 버스 정류장에 ‘MEDIA BUS’가 아닌 ‘MEDHIA BUS’로 잘못 표기된 간판이 설치된 모습.
지난 19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 행사가 끝난 일본 나고야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많은 인파가 불만 속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작은 사진은 배구 경기가 열리는 아이치현 파크 아레나 고마키 인근 버스 정류장에 ‘MEDIA BUS’가 아닌 ‘MEDHIA BUS’로 잘못 표기된 간판이 설치된 모습.


“쏘리” 아니면 “스미마셍”이다. “고멘나사이”도 들린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취재진이 가장 자주 듣는 표현이다. 뜻은 결국 다 같다. 미안하다는 말이다.

19일 열린 개회식이 끝나고는 특히 더 많이 들렸다. 나루히토 일왕이 나가야 해서 지체됐다는 어렴풋한 소문과 함께 오기로 예정됐던 버스가 한참이나 오지 않아 취재진의 불만이 폭주했던 탓이다. 미안하다고 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들 역시 전달받은 바와 달리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해줄 말이 저것뿐이었으리라.

일본에서 열리는 종합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기나긴 문서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수십 쪽에 걸쳐 다 읽어볼 수도 없게 잔뜩 써놓은 매뉴얼을 보다 보면 나는 누구인지, 여긴 어디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문서의 나라 일본답게 매뉴얼상으로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그렇다.

그러나 인생은 실전이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은 법이다. 현장에서는 매뉴얼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 넘쳐난다. 대회를 준비하며 완벽한 매뉴얼을 구성했던 대회 조직위원회의 바람과는 다르게 컨테이너 선수촌에는 비난이 쏟아졌고 크루즈선에는 남녀가 한 방에 배정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매진이라고 공지했던 개회식도 자리가 절반 정도는 비어 보였다.

선수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축구 선수들을 야구장에 데려다주는가 하면 한국 야구 대표팀은 사전에 공지된 연습구장 훈련장 사용이 불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별도로 구한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해야 했다. 남자 하키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의 국가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아마 매뉴얼상에는 없었던 일이리라.

5년 전 도쿄 올림픽 때도 그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열렸던 대회는 매뉴얼상 민간인과 절대 접촉할 수 없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때처럼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자 매뉴얼을 작성했겠으나 중앙 정부의 지원은 적었고 결국 없는 살림에 엉성한 대회 진행만 남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는 일 또한 그들의 ‘매뉴얼 세계관’에는 없었을 것이다.



예견된 일을 뻔히 앞두고도 플랜 B, 플랜 C 없이 대충 때우려는 조직에서 일하는 삶이 불행한 것은 모든 직장인의 공통된 애환일 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쏘리와 스미마셍, 고멘나사이를 반복할 자원봉사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런 말은 이제부터라도 덜 들으면 좋겠다.

글·사진 나고야 류재민 기자
2026-09-21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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