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무더위가 있었냐는 듯 선선한 가을이 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하는 곳 중 하나가 경의선숲길 공원이다. 2016년 경의선 지하화로 생긴 상부 공간을 녹지로 조성한 경의선숲길은 총연장 6.3㎞의 선형 공원이다. 용산에서 공덕, 대흥, 서강대, 홍대, 연남까지 마포의 주요 생활권을 가로지르며 철길로 단절됐던 동네와 골목을 연결해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쉼터로, 서울 시민에게는 손꼽히는 산책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경의선숲길 공원이 가져다준 지역 상권의 변화는 뚜렷했다. 보행자 중심의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시민 발길이 자연스럽게 주변 골목 상권으로 이어졌다. 숲길 개방 이후 연남동 일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마포구 평균 대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고 골목 곳곳에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소규모 점포들이 들어서며 상권이 다채롭게 확장되었다. 2020년 서울시 조사 당시 이미 하루 평균 2만 5000명이 찾았던 이곳은, 팬데믹 이후 일상이 회복되면서 도심 상권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한층 더 성장했다.
경의선숲길은 미세먼지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황조롱이가 돌아올 만큼 생태적 가치도 높였다. 이처럼 시민의 삶에 깊이 자리잡은 숲길이지만,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법적 숙제가 남아 있었다.
지난 8월 12일, 경의선숲길 공원을 둘러싼 오랜 다툼에 결론이 났다. 국유지인 경의선 상부 구간에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해 무상으로 사용해 온 것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한 국가철도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17년부터 부과된 변상금 원금 639억원에 지연이자까지 더해 무려 840억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앞으로도 매년 수십억원의 국유지 사용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현재 경의선숲길 연간 유지관리 예산이 약 17억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공원 관리비의 서너 배에 달하는 서울 시민 세금이 매년 국유지 사용료로 납부되어야 하는 실정이다.
2010년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간 협약으로 물꼬를 튼 경의선 상부 공원화 사업은, 2011년 지자체의 국유지 무상사용을 1년 이내로 제한한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과 맞물리며 법적 불확실성의 길로 들어섰다. 초기 사업 추진 단계에서 권리관계를 명확히 다지지 못한 채 공공기관 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시는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존중하고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방치될 뻔한 폐철도 부지를,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되살려 도심 속 생태 휴식처로 제공해 온 공익적 기여를 참작한다면,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현행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공익 목적으로 국유지를 활용하는 경우, 무상사용이나 사용료 감면이 가능하도록 관계 부처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소송으로 경의선숲길 공원의 이용에 제한이 생기거나 운영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질문을 받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민 이용권이 위축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며,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도 시민 이용권과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안정적인 관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소송이 끝난 지금이야말로 협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