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성년자 노린 ‘조건만남’…위장 경찰에 5배 더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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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운 기자
수정 2026-09-17 18:16
입력 2026-09-17 18:16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에 위장수사 폭증
양형기준도 아직…처벌까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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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성범죄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랜덤채팅 앱에서 만난 상대에게 조건만남을 제안했다. 상대가 미성년자라고 밝혔지만 A씨는 “괜찮다”며 성매매를 거듭 요구했다. 이후 만남 약속까지 잡은 A씨는 수원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상대를 기다렸다. 그러나 A씨 앞에 나타난 이는 다름아닌 경찰관이었다. A씨는 미성년자 성착취목적 대화(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돼 지난 8일 수원지검에 불구속 송치됐다.

미성년자에게 성착취 목적으로 접근한 피의자를 경찰이 위장수사로 검거한 사례가 최근 크게 늘었다. 17일 경찰청이 손솔 진보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위장수사로 잡은 성착취 목적 대화범은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7월 165명으로 5.7배 늘었다.

검거 실적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위장수사로 적발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미수범’ 규정이 지난해 10월 신설되면서다. 이전까지는 위장수사를 통해 성착취목적 대화 사례를 적발해도 위장 경찰관이 실제 피해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니라는 이유로 혐의를 적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앞서 A씨 사례처럼 신분을 위장한 경찰관을 미성년자로 믿고 성착취 목적 대화를 했다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경찰의 위장수사도 활발해져 지난해 85건에서 올해 7월까지 361건 실시됐다.

하지만 경찰이 성착취 목적 대화범을 잡아도 실제 처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도 초기이다 보니 범행의 중대성을 가를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위장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검경 간 의견이 엇갈려서다.

성착취 목적 대화 위장수사는 통상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온라인 특성상 경찰이 신분을 숨긴 채 있다가 범죄 혐의를 포착하면 ‘신분비공개 수사’를 진행하고, 사후 승인을 받는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상대방에게 미성년자라 알렸음에도 먼저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성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걸어오는 경우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검찰은 사후 승인에 필요한 긴급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봐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는 게 경찰 목소리다.

아직까지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도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로 꼽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하면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를 포함한 상태다.

김수현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한 피해 아동에게 접근한 혐의자 5명을 경찰이 한꺼번에 검거했지만 아동 성매수 전력이 있던 1명만 기소됐다”며 “기소 판단이 중대성보다 전과 여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장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혐의가 확인되면 기소를 통해 판례를 축적하고 재범 방지 교육이라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운 기자
세줄 요약
  • 랜덤채팅서 미성년자에 조건만남 제안한 남성 검거
  • 미수범 규정 신설 뒤 위장수사 적발 5.7배 증가
  • 기소·양형 기준 불명확해 처벌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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