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피임약을 팔아?” 놀라셨나요…‘경구피임약’의 모든 것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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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수정 2026-09-18 22:10
입력 2026-09-17 16:26

“딸에게 감기약 대신 피임약, 응급실行”
초등 6학년 여아 부모, 약사 고소
아동·청소년 피임약 구매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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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픽사베이
피임약 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픽사베이


한 부모가 감기약을 사러 약국에 간 초등학생 딸에게 약사가 피임약을 팔았다며 약사를 고소한 사건에 학부모들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사가 초등학생에게 나이 확인이나 복약지도 없이 피임약을 건넸다”는 일부 네티즌의 비판은 현행법과 괴리가 있다.

지난 14일 여수MBC에 따르면 초등학생 A양은 감기약을 사기 위해 한 약국을 찾아 약을 구매했다. A양은 약을 두 알 복용한 뒤 심한 두통과 복통을 호소했고, 약을 먹은 학생은 심한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다 응급실로 실려갔다.

A양이 약국에서 사 온 건 감기약이 아닌 경구피임약으로, 1일 1정씩 복용해야 한다. 약사 B씨는 “아이가 초등학생처럼 보이지 않았고, 약 이름을 정확히 말해 건넸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A양 부모가 B씨를 고소하면서 사건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A양이 약의 이름을 잘못 말했는지, B씨가 약을 잘못 건넸는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건이 보도된 뒤 소셜미디어(SNS) 등에 쏟아진 의문과 반응을 살펴보면 경구 피임약에 대한 세간의 부족한 인식이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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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A양이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는 모습(위)과 구매한 약(아래). A양 부모는 “딸이 감기약을 달라고 했는데 약사가 경구피임약을 팔았다”고 주장했고, 약사 B씨는 “A양이 약 이름을 정확히 말했다”고 반박했다. 자료 : 여수MBC
초등학교 6학년 A양이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는 모습(위)과 구매한 약(아래). A양 부모는 “딸이 감기약을 달라고 했는데 약사가 경구피임약을 팔았다”고 주장했고, 약사 B씨는 “A양이 약 이름을 정확히 말했다”고 반박했다. 자료 : 여수MBC


‘평균 초경 11.8세’ 10대도 복용
생리주기 조절·생리통 치료 등 목적
A양이 구매한 피임약은 경구(經口)피임약의 일종인 배란조절형 피임약(사전 피임약)으로 알려졌다.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사후피임약과 달리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일부 네티즌은 초등학생에게 피임약을 판매한 약사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초등학생을 비롯한 10대의 피임약 구매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구피임약은 흡연을 하는 35세 이상의 여성 및 심뇌혈관질환, 혈전증, 중증 당뇨병 등 환자의 복용이 제한될 뿐, 소아·청소년의 복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여아의 평균 초경 연령은 11.8세다. 생리를 시작한 여성은 피임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리 주기 조절이다. 경구피임약은 여성의 배란 과정에서 호르몬을 공급해 배란을 억제하는 원리로, 생리 시작 시기를 미룰 수 있어 여학생들이 수학여행이나 물놀이, 중간·기말고사 등을 앞두고 복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밖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 생리통, 여드름과 같은 여성 호르몬 관련 질환의 치료를 위해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한다.

다만 두통이나 메스꺼움, 복통 등 위장장애나 혈전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데다 복용 방법이 복잡한 탓에 복용 전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구피임약은 1일 1정씩 21일 동안 매일 일정한 시각에 포장재에 적힌 순서대로 복용해야 하며, 이후 7일 동안 약을 끊었다가 다시 복용한다.

복용을 잊어버렸을 경우 즉시 복용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으며, 구토나 복통 등 위장장애, 부정기적인 출혈 등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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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자료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신문DB
약국 자료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신문DB


‘일반의약품’은 복약지도 의무 없어
“오남용 우려 약품은 복약지도” 발의
이처럼 복잡한 복약 방법과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경구피임약을 판매하는 약사에게 복약지도가 의무는 아니다. 현행 약사법은 경구피임약과 같은 일반의약품에 대해 약사의 복약지도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에 대해 복약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기약이나 두통약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과다 복용해 환각 상태에 빠지는 ‘OD(Overdose) 챌린지’, ‘OD 파티’ 등이 SNS에서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이 모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6월 국회에는 일반의약품의 복약지도와 구매 이력 관리 등을 규정한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약사가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복약지도를 하고 구매자의 인적 사항과 구매 이력을 기록하며, 미성년자에게 적정 사용량을 초과해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은 일반의약품에 대해 수량 제한, 연령 제한, 구매이력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복약지도 또한 약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면서 “의약품의 무분별한 구매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소라 기자
세줄 요약
  • 초등학생, 감기약 대신 경구피임약 복용 논란
  • 10대 복용 금지 규정 없고 일반의약품 해당
  • 복용법 복잡, 부작용 우려로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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