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자비로 유럽 유학…한일전 박살 냈다! 완벽 그 자체, 한국 첫 금메달 꿈꾸는 이준석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17 22:33
입력 2026-09-17 15:33
아시안게임 첫 선 테크볼에서 압도적 실력
엘리트 축구 선수 출신…첫 국가대표 발탁
“한 경기씩 다 부수고 올라가 금 따내겠다”
대한민국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27)이 신생 종목 테크볼 남자 단식에서 단 한 판도 지지 않는 실력을 뽐내며 첫 금메달에 성큼 다가섰다. 숙적 일본까지 완벽하게 제압하며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준석은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B 조별리그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열린 8강에서도 키르기스스탄 선수를 상대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며 4강까지 진출했다.
이준석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알리사(라오스)를 맞아 세트 점수 2-0(12-1 12-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다. 이어 프린스 아구스틴(필리핀)에 2-0(12-5 12-6), 요가 아르디카 푸트라(인도네시아)에 2-0(12-1 12-3)으로 이겼다. 네 번째 상대인 바쯔엉장(베트남) 역시 2-0(12-8 12-4)으로 제압한 뒤 이어 열린 한일전에서는 와세 아키노리를 또 2-0(12-5 12-9)으로 꺾었다. 이준석은 득점이 날 때마다 포효했고 와세를 응원하던 팬들은 경기가 일방적으로 흐르자 침묵에 빠지기도 했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된 테크볼은 발과 축구공으로 하는 탁구라고 이해하면 쉽다. 여기에 족구 규칙이 더해졌다. 곡선형 테이블을 이용해 선수들이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족구처럼 3번의 터치가 허용된다. 다만 같은 신체 부위로 연속해서 접촉하면 안 된다. 발로 공을 차는 종목이다 보니 세팍타크로의 화려함도 갖췄다. 이준석은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세팍타크로 선수 출신 동남아 선수들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공을 차는 등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 후 만난 이준석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는 “연습했던 것만큼 긴장만 안 하고 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선에서 한 세트도 안 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웃었다.
엘리트 축구 선수로 자란 이준석은 몇 년 전까지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뛰던 무명의 선수였다. 이후에는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기도 했는데 정규직 전환을 앞에 두고 퇴사해 테크볼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비록 프로 축구 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준석은 “태극마크는 운동선수에게 최고의 꿈”이라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꼭 뛰고 싶어 반년 동안 모든 걸 쏟아냈다.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자신을 ‘무직’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번 대회를 위해 테크볼의 본고장인 헝가리까지 자비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헝가리 선수에게 특훈을 요청했고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헝가리로 곧장 날아갔다. 이준석은 “헝가리에 가서 야외에서 1대1로 레슨을 받았다”면서 “저를 가르쳐준 친구가 태국 선수들과도 경험이 있어서 어떻게 하는지 좋다고 얘기해주고 제 장점과 보완할 부분을 알려줘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유럽 특훈을 통해 그는 공에 회전을 걸고 머리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눈을 떴다. 이날 경기에서도 상대가 이준석의 공을 받으려 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어 나가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반신반의했던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만큼 이준석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준석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내가 시상대 위에 설 수 있을까’, ‘긴장해서 경기도 제대로 못 하고 오진 않을까’ 등등 수많은 상상을 했다”면서 “너무 앞을 생각하기보다는 한 경기씩 다 부수고 올라가면 금메달이라는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축구를 했을 때 지금처럼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테크볼을 준비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면서 “축구로 태극 마크를 달아도 좋았겠지만 제 길을 찾아서 테크볼로 태극 마크를 달게 돼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이번에 메달을 따고 테크볼을 알려야 다음 세대 선수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고야 류재민 기자
세줄 요약
- 조별리그 5전 전승, 8강·4강 진출
- 일본전 포함 전 경기 2-0 완승
- 퇴사 후 헝가리 유학, 금메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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