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도 좋아…즐기는 독서가 치매 안걸리는 뇌 만든다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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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17 17:30
입력 2026-09-17 17:30

즐기는 독서가 뇌를 건강하게 유지
독서가 치매 걸리지 않는 뇌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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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까지만 해도 ‘독서’가 취미라고 이야기하면 “학생한테 책 읽기가 어떻게 취미가 될 수 있냐”며 타박을 받곤 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SNS)로 인해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좋아하는 분야,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재미를 붙여 보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지만 독서율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책 읽는다고 하면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고전 같은 책 읽기를 권하다 보니 아이들이 책 읽기에 의무감을 느껴 오히려 책을 더 멀리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래픽 노블이든 만화든 웹소설이든 간에 재미로 읽는 독서가 뇌 구조를 바꿔 치매 위험까지 낮춰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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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대  연구진이 독서가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 인지기능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글밥이 많은 책이 아니라 만화책이라도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독서가 뇌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픽사베이 제공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대 연구진이 독서가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 인지기능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글밥이 많은 책이 아니라 만화책이라도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독서가 뇌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픽사베이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행동 및 임상 신경과학 연구소와 카밀라 왕비가 설립한 독서 자선단체 ‘퀸스 리딩 룸’ 공동 연구팀은 독서가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17일 밝혔다. 단, 의무감에 하는 독서가 아닌 재미를 느끼는 자발적 독서일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정신보건 의학’ 9월 16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설문조사, 종단 연구, 뇌영상 촬영, 행동 실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된 기존 연구들을 한데 모아 비교했다. 방법론이 다른 연구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즐기는 독서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연구팀이 중국 푸단대와 함께 수행한 연구로 미국 청소년 뇌인지발달(ABCD) 연구에 참여한 9~11세 청소년 1만 243명을 2년 이상 추적한 분석 결과였다. 실험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51.8%가 3~10세 사이에 재미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보다 주의력, 억제 조절 능력, 작업 기억, 일화 기억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였고 학업 성취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신 건강 문제와 주의 산만 증상은 적었고 수면 시간은 길고 스크린 사용 시간은 짧았다.

독서의 효과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는 구조적 차이가 확인됐다. 조기 독서 집단은 언어와 인지, 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상측두이랑, 좌측 각이랑, 안와전두피질, 시상 등의 피질 면적과 부피가 더 컸다. 이런 차이는 나이와 성별, 사춘기 진행 정도, 인종, 가족 구조는 물론 부모의 학력과 가구 소득까지 모두 통제한 뒤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독서 효과가 가정의 경제적 지위나 부모의 교육 수준과는 상관없다는 의미다.

노년기 독서 효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55세 이상 5437명을 5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독서를 자주 한 사람은 인지 장애가 생길 확률이 유의하게 낮았다. 65세 이상 801명을 평균 4.5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신문, 잡지, 책을 읽는 습관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33% 낮췄고 75세 이상 469명을 평균 5.1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독서가 치매 위험을 35%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64세 이상 1962명을 14년간 관찰한 연구에서는 주 1회 이상 책을 읽는 습관이 학력 수준과 관계없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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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의무감이 아닌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소설이나 그래픽 노블, 심지어 만화책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독서가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의무감이 아닌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소설이나 그래픽 노블, 심지어 만화책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독서가 뇌를 바꾼다는 직접적인 단서도 있다. 7~11세 난독증 아동 11명에게 8주간 글자와 단어를 떠올리고 소리 내 읽고 따라 쓰게 하는 훈련을 시켰더니 읽기 능력이 향상됐고 좌측 방추이랑과 해마, 쐐기앞소엽의 회백질 부피가 함께 늘었으며 이 변화는 훈련 이후에도 계속 유지됐다.

특히 소설 읽기는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19~26세 26명이 문학 작품을 읽는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관찰한 결과 사회적 내용이 풍부한 대목에서 배내측 전전두피질이 활발해졌다. 실제로 소설을 자주 읽는 사람일수록 사회 인지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에겐 스트레스 완화
아이들에겐 학업성적 향상
“만화책을 읽는 것도 좋아”
성인에게 즐기는 독서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컸다. 한 조사에서 성인 5명 중 2명꼴로 책이 긴장을 푸는 최고의 방법으로 나타났다. 책으로 위안을 찾는다는 응답(35%)이 와인(31%), 목욕(10%)보다 훨씬 컸다. 퀸스 리딩 룸이 2024년 의뢰한 신경과학 조사에서는 소설을 단 5분만 읽어도 스트레스가 최대 20% 줄고 집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바버라 사하키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독서는 뇌 건강을 지키고 중요한 인지 능력을 키우며 웰빙을 높이는 훌륭한 방법으로 어린 시절부터 권장하는 것이 좋지만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고 노년까지 평생에 걸쳐 이득을 준다”고 설명했다. 사하키안 교수는 “무엇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할 소재를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TV 프로그램이나 게임이 통로가 될 수 있고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은 소설보다 덜 부담스러워 훌륭한 입문서가 된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재미로 읽는 독서, 뇌 건강과 치매 예방 효과 확인
  • 청소년·노년층 모두에서 인지 기능 향상 관찰
  • 만화책·그래픽 노블도 좋은 독서 입문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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