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강력 접착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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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17 10:10
입력 2026-09-17 10:10
세줄 요약
  • 대장균 기반 미생물 세포공장 개발
  • 포도당 원료의 바이오 접착제 고분자 생산
  • 우수 접착력과 생분해성 실험 확인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중동 상황이 한 치를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전 세계는 석유 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일상을 지탱하는 수많은 제품들이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쓰레기 봉투 대란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열로 녹여 사용하는 접착제를 석유 대신 미생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내놔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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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은 대장균의 유전자와 대사과정을 조절해 포도당에서 새로운 바이오 기반 고분자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접착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핫멜트 접착제(HMA)는 글루건 접착제처럼 열을 가하면 녹고 식으면 굳으면서 물체를 붙이는 물질이다. 별도의 유기용매가 필요 없고 빠르게 접착할 수 있어 포장재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 건축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HMA 대부분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같은 석유를 이용한 고분자를 기반으로 한다. 접착 성능은 우수하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아 폐기물,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미생물이 포도당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만들어 내는 생분해성 고분자 PHA에 주목했다. 이 원리를 이용해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설계하는 시스템 대사공학을 활용해 대장균이 포도당으로부터 소재를 부드럽고 잘 달라붙게 하는 4-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4HB)와 단단함과 내열성이 우수한 페닐락테이트(PhLA)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고분자로 연결하도록 세포 내부의 대사경로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여러 성분을 동시에 생산할 때 생기는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의 세기와 시점을 조절하고 물질 생산에 필요한 CoA 전달효소를 추가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미생물을 배양하는 유가식 발효 방법으로 ‘poly(4HB-co-PhLA)’라는 고분자를 배양액 1ℓ당 10.2g 생산했다. 여기에 3HB 생산 경로를 추가한 poly(3HB-co-4HB-co-PhLA)는 1리터당 52.8g까지 생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분자가 실제 접착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접착제보다 우수한 접착력을 보였다. 지방 등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를 처리하자 고분자 표면이 손상되고 분자량과 전체 질량이 감소하면서 생분해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상엽 특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친환경 접착제 개발과 함께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설계해 원하는 성질을 갖는 기능성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의존해온 기능성 고분자를 포도당과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할 수 있어 앞으로 다양한 기능성 고분자 소재의 지속가능한 생산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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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 왼쪽부터 강민주 연구원, 이상엽 특훈교수, 이영준 박사, 김기배 박사  카이스트 제공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 왼쪽부터 강민주 연구원, 이상엽 특훈교수, 이영준 박사, 김기배 박사

카이스트 제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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