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시작점 아파트 소유 대지 추정
원인·소유주 따라 복구 규모 변경 가능
주민 우려...“자연해재 사실 변함 없어”
남해안에 극한호우가 쏟아진 광복절 연휴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와 관련해 산사태보다는 ‘법면(인공 비탈면) 유실’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파트 소유이자 사람이 손을 댄 터에서 사고가 시작됐고 이 터 내 배수로·옹벽 등 관리 주체는 해당 아파트인 것으로 파악돼서인데, 추후 피해복구·보상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20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사흘간 거제에는 9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17일 오전 4시 40분쯤 옥포동 한 아파트에서는 뒤편 경사면과 옹벽이 무너졌고 토사가 104동 1·2층 8가구를 덮쳐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50대 부부가 다쳤다.
애초 사고 원인은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지목됐다.
하지만 산림청 등의 조사 결과, 사고 시작점은 지목상 자연 상태의 임야(산림과 숲으로 이루어진 토지)가 아닌 아파트 소유의 대지(건출물의 부지)였고, 이 터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인공적으로 비탈면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추정됐다. 지목은 1994년 9월 대지로 바뀌었다.
또 해당 터에서는 또 사람이 만든 배수로와 낙석방지망으로 보이는 시설도 확인돼, 사고 원인은 법면 유실로 잠정 집계됐다.
사고원인이 산사태이든 법면 유실이든 응급 복구 작업은 이뤄진다. 문제는 이후 추가 복구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 상태의 임야에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다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복구 체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기관의 복구 근거도 명확하게 존재한다.
이와 달리 대지에 조성한 인공 법면이 집중호우로 유실됐다면, 자연재난 복구지원 대상인지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법면의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다면 소유자나 점유자의 책임도 검토하고, 최종 복구는 소유자들이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행정기관, 주민 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우선 거제시에서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사고 원인 등을 어떻게 등록할지 봐야 한다”며 “등록하더라도 추후 행정안전부에서 현장조사를 나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여기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그 대지가 아파트 소유라는 걸 처음 알았다”며 “아파트 땅이라 해도 자연재해를 당한 것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산림청은 거제시 일원 산사태 추가 발생 여부와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자 긴급 진단에 나섰다. 긴급 진단에는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지반공학회·한국산림공학회·한국산림안전공단 등 산사태·지반 분야 전문기관이 참여한다.
산림청은 24일까지 산림 헬기를 투입해 항공 조사도 병행한다. 지상에서 접근하기 지역을 대상으로 산사태 발생 여부와 피해 규모 등을 살피고 피해 발생 지역은 위치정보를 확보해 현장 조사와 연계하기로 했다.
거제 이창언·대전 박승기 기자
세줄 요약
- 거제 아파트 뒤편, 920㎜ 폭우로 경사면 붕괴
- 초기 산사태 지목, 조사 뒤 법면 유실 가능성
- 복구·보상 책임 두고 행정·주민 논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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