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판 코첼라, ‘패노메논’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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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8-07 01:35
입력 2026-08-07 00:57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그래미상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2027년 12월 ‘패노메논(Fanomenon)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서울아레나와 일산 킨텍스 공간을 이용하고 2028년 5월부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세계 대도시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K컬처 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BTS의 그래미 미출품 결정은 세계적 아티스트가 더이상 그래미의 권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그래미가 상징해 온 북미 중심 대중음악 질서에 대한 동의를 거둬들인 것이자 세계 대중음악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균열이 시작됐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패노메논 기획은 긍정적으로 보면 K팝을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K팝 스타뿐 아니라 롤라팔루자나 코첼라처럼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을 뿐 아니라 공연과 K뷰티·K컬처 체험, 관광을 연계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기획이 따라오니, 아무리 팬덤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형 K콘의 성격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 대도시에서 열릴 패노메논의 경우 한국 문화상품 쇼룸 론칭을 위한 행사로 보일 위험조차 존재한다.

패노메논의 가장 큰 특징은 팬을 행사의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풀뿌리 문화인 팬덤 문화를 정부 주도의 하향식 행사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과제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공연과 팬들 사이의 나눔과 연대에서 큰 가치를 찾는 반면, 다른 팬덤과의 경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팬 창작물 시상이나 팬덤의 공익활동을 기념하는 프로그램 역시 평가 기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면 형식적 행사에 그칠 수 있다. 또한 대형 기획사와 대형 팬덤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팬 문화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K팝은 전 세계 팬들로부터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를 듣고 있다. 따라서 팬덤 페스티벌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대형 기획사 연합이 주체가 되더라도 그 프로그램의 핵심에 구매력이 아닌 팬과 아티스트가 있어야 한다. 세계 팬들에게 보답하고 감사를 전하는 축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에서 정부의 역할은 몇조 효과 같은 단기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와 창작 환경, 국제 교류 기반을 마련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새로운 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다. K팝은 가장 높은 세계적 위상을 누리고 있고, 기존 북미 중심의 문화 질서에 대안이 요구되는 시절이 아닌가. 패노메논의 성패는 결국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와 팬들, 거대 팬덤을 지닌 해외 스타들이 이 축제를 얼마나 자발적으로 자신의 행사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 행사가 세계적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면 행사 규모와 공간 역시 그 비전에 걸맞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12월 실내 행사로 진행될 페스티벌에서 객석 2만의 서울아레나는 너무도 협소해 보인다. 이미 혼자서 6만~8만 관객을 채우는 월드투어를 하는 K팝 스타들을 한데 모은 축제인데.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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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2026-08-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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