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없다” 일자리 나눔 확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9-01-12 00:58
입력 2009-01-12 00:00
노사가 경기불황의 어려운 여건 속에 구조조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때 대기업이 주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업은 인원 감축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근로자들은 임금 동결·삭감 등을 감수하고 일자리 나누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지 확대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 소장은 11일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이란 광풍으로 실업의 고통을 함께 극복해나갈 여지가 별로 없었다.”면서 “이번의 경우 기업·노조 모두 일자리 나누기 등 공생의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성숙된 모습

대전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주)진합은 지난달부터 매출액이 감소하자 주야 2교대제를 주간 1교대로 근무방식을 바꿨다. 대신 노사는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며 감원 등 극단의 조치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서울의 중견건설업체 H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임금 10%를 삭감하는 데 합의했고,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SKC Haas는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데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도 얼마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하면서 다른 주요 그룹으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퇴직자가 생기면 전원 재고용하겠다고 약속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들이 감원 대신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가 지난 연말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 한해 동안 1만 1600건을 넘어선 것도 이같은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전년의 3.3배를 웃도는 수치다.

●노동부 “구조조정=해고 잘못”

비정규직의 고용행태에 대한 노조의 선제적인 대응도 주목된다. 금속노조는 조합규칙을 개정, 비정규직근로자도 정규직과 똑같이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게 ‘1사 1조직’ 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 소속 230개 사업장 가운데 80곳이 이에 동참했다.

노동부도 적극적이다. 노동부는 ‘위기를 넘어 기회로’라는 책자 1만여부를 제작·배포했다. 노동부는 안내서에서 “구조조정이 곧 정리해고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선 경영방침을 개선하고 작업방식을 합리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임원 수당 축소, 신규채용 중단, 근로시간 조정, 임금 반납 또는 삭감 등 노사가 합심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현대자동차가 대량(8000여명)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면서 노조가 강성화되는 명분이 됐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다른 분위가가 감지돼 고무적이다. 기업이 근로자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노사양측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2009-01-1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