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의 서울야화] (1)봄나비
수정 2006-04-07 00:00
입력 2006-04-07 00:00
그러나 지난날 우리가 기억했던 나비 이름들, 곰곰이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그 이름들이 얼마나 예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날개빛이 마치 유리창처럼 투명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유리창나비’, 그리고 ‘굴뚝나비’‘물결나비’‘처녀나비’. 나비 이름이 얼마나 예쁩니까.
이들 가운데 ‘처녀나비’의 경우 크게는 ‘처녀나비’라 부르지만 세 종류로 나뉘게 됩니다.‘봄처녀나비’‘도시처녀 나비’‘시골처녀나비’.
어떠세요. 그 이름만 들어봐도 벌써 고향의 흙 내음이 물씬 코 끝에 묻어나는 그런 느낌이지요. 나풀나풀 봄바람 타고 금방이라도 우리 곁에 가까이 나타날 것 같지 않습니까. 나풀나풀 봄은 이렇게 나비와 함께 찾아오는가 봅니다.
봄나비 얘길 하다보면 조선 순조 때 서울에서 태어나 고종 때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화가 중에 ‘남나비’라는 인물이 떠 오릅니다. 원래 본명은 ‘남계우’입니다.
살아생전에 ‘나비’그림을 수없이 그려 ‘남나비’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람이지요. 그는 ‘당가지골’이라고 해서 현재의 한국은행 자리 바로 그 뒷동네에 살았습니다. 그가 16세 때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자기 집에 날아든 나비 한 마리가 지금까지는 전혀 구경해보지 못한 그런 나비였거든요. 그래서 그 나비를 잡기 위해 십리길을 뛴 끝에 저 동소문 밖에까지 따라가서 그 나비를 잡아가지고 돌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애써 잡은 나비들을 책갈피 속에 잘 넣어두고는 마음내킬 때마다 그 나비들을 꺼내서 그림으로 그렸고요. 그런데 이 ‘남계우’가 그린 나비 그림들을 조사해보면 모두 37종의 나비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중에 눈에 띄는 것은 ‘남방공작 나비’와 ‘붉은점 모시나비’입니다. 이런걸 보면 ‘남계우’가 한창 나비 그림을 그리던 시절인 약 150년 전만 해도 우리 서울에서 ‘붉은점모시나비’와 ‘남방공작나비’가 살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겠죠. 남방공작 나비는 나비 날개의 그 둥근 무늬가 꼭 공작새의 무늬를 연상케 하는 그런 나비거든요. 그 아름다운 나비들이 이제는 다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 서울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붉은점모시나비’나 ‘남방공작나비’들을 다시 만나보기 위해서라도 한 마리 작은 나비에 대한 관심, 지금보다 더 높여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한가지 기억해뒀으면 좋겠네요. 우리 서울에 ‘배추흰나비’가 나타나는 날짜가 언제인지. 예년 평균으로 볼 때 4월 초순입니다. 지금쯤 어디에선가 팔랑팔랑 가냘픈 날갯짓으로 우리에게 봄소식을 전하고 있을 겁니다. 틀림없습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 보세요.
●심상덕선생은 1945년 인천에서 출생,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현재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집필 작품으로는 KBS 제 2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KBS ‘세월따라 노래따라’ 등이 있으며, 현재 TBS(서울 교통방송) ‘서울이야기’와 TBN(전국 교통방송) ‘오승룡의 길따라 노래따라’를 집필하고 있다.
2006-04-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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