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벌 초/심재억 문화부 차장
수정 2005-09-15 07:49
입력 2005-09-15 00:00
뜨악한 마음에 돌아보니 풀벤 자리가 마치 까치집처럼 들쑥날쑥합니다.“그러고도 복을 받겠느냐.”는 아버지 핀잔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닙니다. 되짚어 풀벤 자리를 다시 손보고서야 벌초를 마칩니다.
요새 벌초 대행이 유행이랍니다. 아무리 공을 들여봐야 죽은 조상이 흔한 복권 하나 당첨시켜주지 못한다는 걸 영악한 현대인들이 모를 리 없고, 그러니 애터지게 먼 길 찾아 나서 벌초를 할 리가 없지요. 문득 ‘조상은 정성으로 모신다.’는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저려 옵니다. 올해도 제 손으로 아버지 묘소를 벌초하지 못했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9-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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