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11월 선거용’ 파병 요구, 시한 쫓기는 결정 말아야
수정 2026-09-10 01:44
입력 2026-09-09 20:44
미국이 한국에 늦어도 오는 11월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11월’로 못박은 것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기 없는 이란 전쟁과 기름값 폭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고전할 듯하니 한국 참전을 반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계산일 것이다.
이런 용도로 동맹에 파병을 압박하는 것이라면 개탄스럽다. 미국의 정치 일정 때문에 우리 장병과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쫓기듯 결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안 그래도 지금 전황은 심각하다. 미군이 이란 유조선 5척을 공격하자 이란은 요르단의 미군기지와 군함 2척, 호르무즈를 지나는 유조선 등 민간 선박 10척을 미사일로 보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파병한다면 이런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한국이 파병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원유의 70%를 호르무즈를 통해 수입하므로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유 수송의 안전은 이란군이 키를 쥐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선박들이 무사히 호르무즈를 빠져나온 것도 이란이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감안해 공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급속히 레임덕에 빠지면서 정국은 예측불허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성급하게 전쟁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에 빠질 우려가 크다.
청와대는 “국익과 국민의 공감대에 기반해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곤혹스러운 상황이지만, 국민 과반수가 파병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백번 고민 끝에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영국, 프랑스 등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외곽 다국적 항행 관리 시스템 안에서 보조를 맞추는 방안을 마지노선으로 해야 한다.
2026-09-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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