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주차 법안 꼽아보니
‘생성형 AI 자살 유도 방지법’
AI 진단 ‘의료 규제샌드박스’
기업 M&A 이사회 의견 공개
매일 수많은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이 중 언론에 보도되는 법안은 쟁점 법안 등 일부에 그칩니다. 서울신문은 매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에 주목해 3개 정도 추려 소개합니다. 법안 발의 배경부터 핵심 내용, 통과 시 파장 등을 압축적으로 정리했습니다.
● ‘생성형 AI 자살 유도 방지법’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1일 발의
‘자살예방법 개정’ 안전망 구축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일상화하면서 우울감을 겪는 이용자에게 부적절한 답변을 제공해 자살 심리를 자극할 위험도 커졌습니다. 실제 해외에서는 10대 청소년이 AI 챗봇과 대화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해 AI 기술의 위험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할 법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생성형 AI 사업자가 이용자의 자살 관련 위험 신호를 감지 시 즉시 전문 상담 기관을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자살예방·생명존중문화조성법’ 개정안을 지난 1일 발의했습니다. AI 기술 발전에 발맞춰 디지털 공간 내 자살 예방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현행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자살유발정보 차단 협력 의무만 다뤘을 뿐 생성형 AI 사업자의 이용자 자살 방지 조치 의무에 대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AI 챗봇의 위험 답변 노출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 조치를 강제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용자가 AI 서비스에 자살 관련 내용을 입력할 경우, 사업자는 이를 감지하고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 기관의 상담·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필수 구축·운영해야 합니다.
안상훈 의원은 “AI 서비스가 기술적 편의를 제공하지만 위기 이용자에게는 비극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기술 발전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자살 예방 안내 체계를 갖춰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디지털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AI 진단·디지털 치료기기 ‘의료 규제샌드박스’권칠승 민주당 의원, 3일 발의
복지부에 규제심의위 새로 둬AI 진단과 디지털 치료기기 등 새로운 의료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쓰이기까지는 여러 규제를 동시에 넘어야 합니다. 보건의료 분야에 특화된 별도 규제샌드박스가 없어 신기술의 실증과 사업화가 늦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습니다.
이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보건의료 분야에 특화된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내용의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보건의료 신기술에 대한 규제특례와 임시허가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할 ‘보건의료기술규제심의위원회’를 보건복지부에 새로 두도록 했습니다.
현재 새로운 보건의료기술을 시험하려면 관계 부처와 협의하거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융합 등 다른 분야의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의료데이터와 첨단기술이 결합된 신기술은 여러 규제가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제도만으로는 신속한 실증이 어려웠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AI 진단기술이나 디지털 치료기기처럼 기존 규제체계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도 복지부의 전문성을 활용해 실증과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게 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권 의원은 재임 당시 대구 스마트웰니스 규제자유특구 등 보건의료기술 실증 현장을 방문하며 관련 규제 정비 필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권칠승 의원은 “보건의료 분야에 특화된 규제샌드박스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보건의료기술에 대해 전문적인 실증 통로를 신속하게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AI 진단부터 디지털 치료기기까지 혁신과 생명 안전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저평가 기업 M&A 때 이사회 ‘의견 공개법’오기형 민주당 의원, 4일 발의
중요 공개매수 의견 의무 공개회사의 경영권이 바뀔 수 있는 인수합병(M&A) 제안이 들어와도 현행법상 대상회사 이사회가 공개매수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 밝히는 것은 의무가 아닙니다. 주주가 회사의 판단과 근거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입니다.
이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중요한 공개매수가 진행될 경우 대상회사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의견을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공개매수 조건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그 판단 결과를 주주에게 알리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도 법안 발의 배경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상장기업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약 69%로 미국(약 20%), 일본(약 36%)보다 높습니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에 대한 M&A가 활성화되면 시장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외부 경영규율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개정안은 주주에게 제공되는 정보 범위도 넓힙니다. 현행법은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을 ‘법인의 경영·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주주’를 추가해 주주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수 제안도 보다 충실하게 공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된 만큼 M&A 과정에서도 이사회의 책임과 설명을 강화해야 한다 취지입니다.
오기형 의원은 “중요한 인수제안에 대해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충실히 검토하고 그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영윤·곽진웅 기자
세줄 요약
- 생성형 AI 자살 위험 감지 시 상담기관 안내 의무화
- 보건의료 AI·디지털 치료기기 규제샌드박스 도입
- M&A 공개매수 때 이사회 의견과 근거 공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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