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지 않는 자연… 찰나의 순간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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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수정 2026-09-09 00:53
입력 2026-09-08 19:48

A.A. 무라카미 한국 첫 개인전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설치 작업
소유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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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듀오 A.A. 무라카미의 작품 ‘뉴 스프링’ 아래서 어린이가 하얀 비눗방울을 만지며 작품을 경험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아티스트 듀오 A.A. 무라카미의 작품 ‘뉴 스프링’ 아래서 어린이가 하얀 비눗방울을 만지며 작품을 경험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벚꽃이 떨어지는 찰나부터 바지락 껍질에 축적된 긴 시간까지, 자연은 같은 순간을 반복하지 않는다. 자연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 듀오 A.A. 무라카미가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전시, ‘뉴 네이처’를 선보인다. 일본의 아즈사 무라카미, 영국의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구성된 이들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몰입형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천 영종구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는 높이 6.4m 나무 형상 구조물이 들어섰다. 24개 가지 끝에서는 하얀 비눗방울이 벚꽃처럼 피어났다 떨어진다. 찰나의 순간을 아쉬워하는 듯 탄성을 지닌 방울은 바닥에 닿아 잠시 진동하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뉴 스프링’이란 이름의 이 작품은 끊임없이 방울을 생성해 내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앞선 장면과 똑같은 순간을 마주할 수 없다.

어둠 속을 부유하는 구름을 형상화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024년 홍콩의 M+ 미술관에서 선보였던 몰입형 설치 작품 ‘비욘드 더 호라이즌’은 이번 전시에 맞춰 새롭게 구성했다. 동일한 움직임을 되풀이하는 기계 장치가 커다란 방울을 뿜어내지만, 안개와 공기의 흐름에 따라 구름의 모양과 빛이 매번 달라지며 예측할 수 없는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로브스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경험은 마치 우주가 밀려오듯 인간을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며 “홍콩 M+에서 거울을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빛을 흡수하는 검은 벽을 통해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바닥에 자갈을 깔아, 원시적인 존재인 돌과 기술로 빚어낸 방울이 충돌하는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2층에는 신작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가 기다린다. 두 작가는 정교한 무늬를 지녔으면서도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바지락 껍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조개껍질이 성장하며 패턴을 형성하는 원리를 알고리즘으로 해석하고 이를 컴퓨터 코드로 변환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자율형 페인팅 기계가 코드를 토대로 캔버스 위를 움직이며 패턴을 한 겹씩 쌓아 올린다.



기술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자연 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기술은 역설적으로 ‘자연은 소유할 수 없고 반복되지 않는다’는 섭리를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A.A. 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열린다.

윤수경 기자
세줄 요약
  • 한국 첫 개인전 ‘뉴 네이처’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개최
  • 비눗방울·구름 설치로 자연의 찰나와 비반복성 구현
  • 바지락 껍질 패턴을 코드화한 자율형 페인팅 기계
2026-09-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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