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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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2-03 01:55
입력 2026-02-03 00:41

기금위 위원에 예산처 차관 추가
국민연금 축으로 신관치금융 우려
노후소득 위한 독립성 보장해야

국민연금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원화 약세가 뉴노멀이 되는 듯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 과정에서의 국민연금기금 역할 때문이다. 통상 2월 또는 3월에 첫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개최되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1월 26일 열렸다. 이번 기금위 회의는 개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미 정해져 있던 국내외 국민연금기금 투자 규모의 재배분이 중요 의제여서였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기획예산처 차관이 기금위의 정부 위원으로 추가되다 보니 정부 입김이 더 커진다는 우려도 있었다. 게다가 관심이 집중됐던 회의 결과가 2030년까지 봉인된 상황이라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짤막한 보도자료만으로는 회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관련 분야 전문가 추정치가 그래서 필요하다. “작년에 결정된 올해 목표 포트폴리오 대비 해외 주식 투자는 25조원을 줄이면서 국내 투자를 7조원 더 늘린다.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17조원을 더 늘린다.” 이는 전략적 자산 배분 목표치일 뿐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10%를 더 매수할 수 있는 전술적 자산 요인까지 고려하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릴 수 있다. 이번 회의로 “목표 투자 비중 초과 시 자동으로 매도해 당초 목표를 유지하게 하는 기능”인 리밸런싱 조치 작동이 유예되었다. 목표보다 국내 투자 비중이 더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 비중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더욱이 리밸런싱 유예 기한조차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 1차관이 위원장인 TF를 구성해 국민연금기금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면서 환율 방어를 해 오던 차에 이런 식으로 기금 운용 방향이 결정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작년 3월 국민연금법 개정의 핵심은 50대 이상 연령층의 연금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대신 청년층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더 늘린 것이다. 청년층 불만을 달래기 위해 국회에 연금개혁 특위가 구성되었다. 몇 달이나 허비하고 나서야 구성된 특위 자문위원회는 특위 운영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조 개혁 그 자체에 논의를 집중하지 못해서다.

연금특위 자문위원인 KDI 신승룡 박사는 국민연금 개방형 미적립부채(연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한 액수)를 약 3009조원으로 추정했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향후 70년 동안 매년 1% 포인트 더 높여도 미적립부채는 1236조원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미적립부채가 1820조원이라고 발표했다. 현재의 국민연금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징표다. 최근 IMF는 국민연금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국가 부채가 GDP 대비 200%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 운용만 잘하면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다. 시급한 구조 개혁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거부하면서 말이다.

전문가 목소리를 반영해 운영돼 오던 기금위는 정치적인 외풍에 휘둘리고 있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정책당국의 입맛에 맞도록 연기금 운용 규정을 개정해서다.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해외 투자 비중은 줄이고,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그동안은 해 오지 않았던 환헤지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어서다.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인 김학주 동국대 교수의 코멘트다. “과거 관치금융이 재무부 중심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배분과 투자 방향을 직접 지시하는 방식이었다면, 작금의 신관치금융은 국민연금을 축으로 해서 정부가 공공성과 책임 투자라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에 구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정책당국은 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특정 정권의 정책 수단이 아니기에 그렇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때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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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2026-02-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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